[사설] 공기업 방만 경영은 ‘범죄행위’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14-10-15 16:00 수정일 2014-10-15 16:00 발행일 2014-10-1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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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정감사가 본격화하면서 공기업과 국책연구기관들의 방만 경영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드러나는 방만 경영은 혀를 내둘 정도로 상상이상이다. 한국거래소는 직원들이 자비연수를 가는 경우까지 월급은 물론 상여금, 경로효친금, 직무수당 등 각종 수당을 모두 지급하였으며 2년여 동안 절반이 넘는 직원들이 151건의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직원들이 각종 세미나 등을 명목으로 다닌 곳은 라스베이거스, 리스본, 시드니, 이스탄불 등 휴양관광지가 대부분이었다.

방만 경영은 얼마 전 발표한 감사원 감사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공공기관들은 천문학적인 부채를 안고 있거나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연봉을 올리고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감사 대상 20개 공기업의 복리후생비는 최근 5년 동안 1인당 평균 2천597만원에 이르고 보수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평균 7천425만원이었다.

방만 경영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정치권 출신 등의 낙하산 인사와 관련이 적지 않다. 금융 공공기관 등 34곳의 임원 268명 중 42%인 112명이 관료와 정치권, 연구원 출신의 외부 인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료 출신이 57명으로 절반이 넘었고 정치권 인사도 48명에 달했다. 전문성이 없고 업무에 문외한인 인사들이 논공행상식으로 들어온 만큼 이들에게 개혁이나 기강확립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 수밖에 없다.

여당이 뒤늦게 만성적인 적자 공기업을 퇴출시키고 임금체계를 연봉제로 전환해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등 칼을 꺼내 들었지만 또 다시 뒷북치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도 민간 기업처럼 부실경영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소송 등을 통해 끝까지 책임을 묻고 경영진을 선출하는 기관의 대표성과 중립성 강화가 선행돼야 문제들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민의 혈세인 나랏돈을 물 쓰듯 하는 행태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잘못된 인사 관행을 바로잡고 경영실적에 따라 기관장의 책임을 묻는 공기업 개혁이 이뤄져야 해묵은 적폐를 그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