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숲 깊은 숨… 잣나무사이 숨은 나를 찾다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4-10-12 15:12 수정일 2014-10-14 19:08 발행일 2014-10-1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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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산림치유장 가평 '잣향기 푸른숲'
경기도잣향기푸른숲_지면용
활엽수보다는 침엽수, 침엽수 중에서도 소나무보다 잣나무가 더 많은 피톤치드를 발산한다. 산림욕은 하루 중 피톤치드 발산량이 많은 오전 10시~오후 2시가 가장 좋다고 한다.사진은 가평 잣향기 푸른숲 전경.(사진제공=잣향기 푸른숲)<br>

눈을 감자 바람 소리가 들린다. 몸을 감싸는 바람의 촉감이 산뜻하다. 머리 위로 자연의 이파리가 내려앉는다. 순간 번뇌가 사라진다.

잠깐의 명상이 끝나고 잣나무의 자태가 다시 눈에 들어온다. 이은 높이 20m에 달하는 잣나무가 빼곡히 들어차 있는 가평 ‘잣향기 푸른숲’이다.

80년 이상 된 잣나무만 5만 여 그루. ‘잣향기 푸른’숲이 조성된 축령산 일대는 가평 8경 중 제7경인 ‘축령백림(祝靈柏林)’으로 알려진 명소다.

10일 문을 연 ‘잣향기 푸른숲’은 국내 최대의 산림치유공간이다. 잣나무 5만여 그루가 내뿜는 피톤치드는 비염,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 40~60대 만성 질환 치료에 큰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톤치드는 식물이 내뿜는 살균성 물질로 편백나무와 잣나무에서 특히 많이 방출된다. 경기도는 2005년부터 71억원의 예산을 들여 축령산 일대에 숲길탐방과 산림치유 등 다양한 체험 코스를 조성했다.

산림치유(명상) 프로그램 사진
산림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한 사람들이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명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잣향기 푸른숲)

개장 첫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잣나무 향에 이끌려 축령산을 찾았다. 오후 2시 진행된 개장식에는 김희겸 경기도 행정2부지사를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입장료(성인 기준 1000원)만 내면 누구나 방문할 수 있지만 소규모로 운영되는 체험 프로그램은 예약을 해야 한다. 프로그램은 산림치유, 숲 체험, 목공체험 총 3가지다. 그 중 명상, 기(氣)체조, 풍욕 등으로 몸에 숲의 활기를 불어넣는 산림치유는 중·장년층들에게 큰 인기다. 효과적인 체험을 위해 회당 참여인원을 10~15명으로 제한하니 서둘러 신청하는 게 좋다.

산림치유는 이응호(67) 산림치유사의 간단한 강의로 시작된다. 그는 잣나무와 피톤치드의 효능과 함께 숲의 ‘여유’를 강조한다.

“숲은 천천히 정성을 들여서 느끼는 게 중요합니다. 씁쓸하면서도 그윽한 잣나무의 향에 마음을 맡겨보세요.”

그의 말에 이끌려 좀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울창하게 보이던 숲은 속으로 고개를 들이 밀수록 거대한 자연이 되어 눈앞에 다가오고, 잣나무 향기는 그 깊이를 더한다. 자연의 품속에서 보낸 오후는 잠깐이지만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휴식을 선사한다.

아이들과 함께 추억을 만드는 ‘목공체험’은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목재를 보고, 듣고, 만지며 간단한 소품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만드는 제품은 책꽂이, 연필 통, 우편함, 미니서랍 등 다양하다.

목공강사 남경문(47)씨는 “목재를 다루지만 제작과정이 쉬워 아이들이 즐기면서 참여할 수 있다”며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그 결과물을 가져가는 과정에서 얻는 만족감이 높다”고 설명한다.

하늘 높이 뻗은 잣나무 꼭대기엔 아직 수확하지 못한 잣이 달려있다. 잣 향기가 깊어가는 가을. 그 자체로도 떠날 이유는 충분하다.

가평=글·사진 김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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