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0세대의 낭만과 향수, 유쾌하지만 서글픈 이야기 ‘월남스키부대’

허미선 기자
입력일 2014-10-11 16:00 수정일 2014-10-12 12:16 발행일 2014-10-11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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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2015년 1월 31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3관에서 140회 상연
3년의 지방상연, 2년 전 영화판권 팔린 검증된 스토리와 흥행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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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0세대가 기억하는 낭만과 향수, 현대 아버지가 겪는 고독과 상실감이 충만한 ‘월남스키부대’의 김일병(이시훈)과 김노인(이한위)(사진제공=SHOW&NEW)

“우리는 이렇게 지내는데…당신들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 마음으로 기획된 연극이 있다. 3년 전 기획돼 지방 무대를 돌다 10월 5일 대학로에 입성한 ‘월남스키부대’다. 2년 전 영화판권이 팔릴 만큼 탄탄한 스토리와 흥행력을 인정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 연극을 기획하고 대본-연출, 김노인 연기까지 담당하고 있는 심원철은 “월남 참전용사는 아직 살아있다”며 “정치색을 떠나 그들이 모두 죽기 전에 존재 자체를 알리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힌다.

그는 “그들의 입장에서 우린 이렇게 사는데 너희는 어떻게 사느냐고 물어보고 싶었다”며 “밥 먹었냐고 묻는 가족 이야기와 근대사 한 페이지를 버무리고자 했다”고 덧붙인다.

◇김노인의 허풍이 유쾌하지만 서글프다월남모기는 너무 커 한 마리에 빨린 피만 모아도 콜라병으로 하나다. 아이들 등교를 돕기 위해 산속에서 스쿨구렁이가 내려온다. 국지성 스콜로 위험에 처한 아이들을 구하러 ‘호랑~ 호랑~’거리며 날아오는 6.8m짜리 호랑나비와 그 뒤를 따르는 3800마리의 무당벌레도 있다.

김노인(이한위, 서현철, 심원철)이 입 한번 열었을 뿐인데 허풍이 극으로 치닫는다. 입만 열었다 하면 허풍을 늘어놓는 김노인에 시종일관 헛웃음이 터진다.

‘월남스키부대’는 4060세대가 기억하는 낭만과 향수, 그리고 현대 가족에서 아버지가 겪는 고독과 상실감이 충만한 연극이다.

노래방에서 하는 청혼, 잊고 지내다 문득 깨달은 석양의 아름다움, 향내가 나는 아들의 ‘빼부리즈’ 똥, “이제 이 집에서 내가 더 할 일이 없어”라는 아버지의 푸념까지. 치매 노인이 벌이는 해프닝에 웃음이 터지지만 그 뒤끝은 어김없이 서글프다.

“지 새끼 배고픈 거만큼 아픈 게 어딨어?”

‘평생 우리 편’이라는 의미로 ‘아군’이라 이름 지은 아들의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 며느리의 “지긋지긋하다”는 대상이 되는 아버지가 아이 분유 값이 없어 도둑질에 나선 아버지에게 던진 대사다.

이 세상 모든 아버지의 마음을 담은 이 대사는 치매 노인과 도둑(손종범, 진태이)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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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노인도 도둑도 결국 아버지였다.(사진제공=SHOW&NEW)

◇아픈 만큼 허풍을 떠는 이 시대의 아버지, 그에게 안부를 묻다이 시대 아버지이자 서글픈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한 월남참전용사 김노인의 허풍은 아픔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슬프고 아플수록 허풍을 떠는 김노인에 배우 서현철은 깊이 고민했다고 털어놓는다.

“대본을 읽으면서 웃음코드에 너무 치우쳐 슬픔이 묻힐까 우려했다. 하지만 걱정과 고민보다 더 많은 걸 얻은 작품”이라는 서현철의 고백처럼 ‘월남스키부대’는 웃을수록 서글픈 여운이 남는 연극이다.

김노인이 너스레처럼 던지는 “소원에 크고 작고가 어딨어! 간절해지면 소원이지. 하루가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그때는 몰랐지”라는 대사는 일상의 소중함을 각인시킨다.

심원철은 “공연보고 나가면서 누군가 궁금해지면 좋겠다”며 소원을 털어 놓는다. 포장은 월남전이지만 너무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잊고 지낸 가족,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 안부가 궁금해지게 하는 ‘월남스키부대’는 2015년 1월 31일까지 대학로 유니플렉스 3관에서 상연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