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 금투협 회장 돌연 불출마 선언…배경은?

김지호 기자
입력일 2014-10-09 11:21 수정일 2014-10-09 13:16 발행일 2014-10-1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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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 금투협회장 인사말

박종수 금융투자협회장(사진)이 차기 회장선거에 불출마 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그 배경에 온갖 추측이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로 약 4개월이 남은 상황이다.

박 회장은 지난 7일 협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 연말로 예정된 차기 금융투자협회장 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업계 발전을 위한 큰 물꼬는 텄다고 생각한다”며 “체력과 열정이 있고, 업계를 잘 아는 전문가가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업계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봤다”고 불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는 박 회장이 급하게 전화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갑작스런 불출마 결정에 대해 업계에서는 예상외라는 반응이다. 회장에 선출된 이후 최근까지 의욕적으로 업무를 추진해온데다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는 무게감 있는 인사가 없어 연임이 유력시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금융감독원의 협회에 대한 검사를 앞두고 부담을 느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달 말부터 금투협에 대해 예비검사에 착수했으며 8일부터 본검사에 들어간 상태다. 금감원은 금투협의 예산 집행의 적정성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박 회장은 올 하반기 외유성 출장 및 고액 연봉 논란을 겪었다. 지난 8월 금투협 노조는 박 회장이 외유성 출장을 다니느라 지난해 1년 동안에만 3억 원에 가까운 협회 예산을 썼다는 내용의 벽보를 금투협 로비에 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노조가 밝힌 경비는 출장에 동행한 직원과 회원사 대표를 위한 비용도 포함된 금액”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같은 달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금융위원회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박 회장의 지난해 연봉이 5억3200만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금투협 임원의 평균 연봉도 3억6300만원인 것으로 조사돼 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협회 중 가장 높아 ‘방만 경영’을 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박 회장에 대해 금융당국이 강도 높은 금감원 검사를 통해 압박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평소 과감한 규제완화를 주장하며 금융당국과 시각차를 드러내온 박 회장을 금융당국에서 껄끄러워했을 수도 있는 것. 실제로 이번 금투협에 대한 예비검사는 유례없이 강도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예비검사 기간도 이틀 연장됐다.

외부압력설에 대해 박 회장은 "검사 이후에 (불출마를) 발표하면 온갖 소리가 다 들릴 것 같았다"며 "그 이전에 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고 해명한 상태다.

한편 차기 회장으로는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과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황 전 사장은 이미 출마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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