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의 HOW TO SEE] 아는 만큼 찍힌다

오승환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 기자
입력일 2014-10-07 16:51 수정일 2014-10-12 16:33 발행일 2014-10-0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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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
오승환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드론프레스 대표 <br>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는 ‘무엇을 본다는 것’은 먼저 무엇이 있는 지를 감각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한다. 물체가 사람인지 사물인지를 감각(Sense)하고 그 물체의 특정부분을 선택(Select)하고 난 후에 비로소 지각(Perceive)해야만 보기(Seeing)가 이루어진다고 설명한다. 결론은 정확히 본다는 것은 확실한 사고의 결과물이란 뜻이다. 결국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30여년 사진 분야에 몸담고 정규대학교 사진학과에서 전공자들을 양성하는 필자가 일반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은 ‘교수님! 어떤 카메라가 좋아요?’ 다.

카메라는 사람의 눈처럼 순응성이 좋지 않아 자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촬영하기 기기일 뿐이다. 노출도 그냥 평균치대로 설정해 놓은 것뿐이고 초점도 놓여진 거리만을 맞출 뿐이다. 자동초점 기능과 자동노출기능이 좋아져서 크게 사진을 찍는데 실패 할 경우는 많이 줄었지만 그래도 카메라는 사람의 사물 보는 능력을 따라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바보다. 

필요 없는 부위라 하더라도 자기 앞에 있는 것은 크게 찍고 중요한 부분이라 하더라도 초점을 맞추지 못하여 사람의 시선에서 멀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사진을 프린트 했을 때 찍을 때 실망하는 때가 종종 있다. 쓸 때 없는 것이 많이 들어가고 중요하다고 여긴 대상은 작게 찍혀 볼품 없는 사진이 된다.

카메라는 그저 눈앞에 보이는 것을 찍어주는 바보일 뿐. 스마트폰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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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새벽 섬진강주변 하동군 금성면에 위치한 하동화력 발전소 근처 들판에서 패러글라이더가 여명이 밝아오는 새벽을 뚫고 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아오르고 있다.LG G3로 촬영.<br>

 사진계에는 신동이 없다. 아이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없기에 아름다운 사진을 찍었다고 해도 그 의미를 평가할 수 없다. 사진계에서 젊은 작가는 40세 미만을 의미한다.

헉슬리는 “많이 알수록 많이 보게 된다”며 마음을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을 통하여 훈련시킬수록 세상을 더 많이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제 여러분은 멋진 세상이야기를 사진으로 풀어보는 사진작가가 되기에 적당한 연령대에 도달한 것이다.

오승환 경성대 사진학과 교수·드론프레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