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없는 금감원…나쁜 보험·좋은 보험 '편 가르기'

유승열 기자
입력일 2014-10-01 16:43 수정일 2014-10-01 19:13 발행일 2014-10-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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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 지급 생보사정보 언론유출
금감원_연합
생명보험업계가 금융감독원이 업계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연합)

생명보험업계가 금융감독원이 업계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한 보고를 받은 후 지급하기로 한 곳을 언론에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생보업계는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지급을 압박하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1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12개 생보사에 지난달 말까지 자살보험금 지급여부를 보고토록 했다. 금감원 권고분쟁조정국에 들어온 재해 사망보험금 관련 민원에 대해 자살보험금 지급을 권고하고 이에 대한 지급여부를 파악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대체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자살을 조장할 우려도 있고, 이는 생보사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외국계 생보사 관계자는 “약관 변경시 인가를 내주는 게 금감원”이라며 “문제가 있었다면 그때 금감원이 문제를 제기했어야지, 문제가 불거지니 생보사에게만 책임지라는 자세는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생보업계는 술렁였다. 에이스생명이 자살보험금을 지급키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에이스생명은 관련 민원이 1건밖에 안 되는 데다 금액도 적어 지급키로 결정했다.

문제는 에이스생명의 보험금 지급 사실을 금감원이 언론에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금감원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다른 생보사들을 압박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사자인 에이스생명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에이스생명 관계자도 “괜히 일찍 보고해 우리만 바보 됐다. 금감원이 이를 이렇게 쉽게 알릴 줄 몰랐다”며 “에이스생명이 다른 생보사들에게 배신자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여타 보험사들은 금감원 보고를 가능한 한 늦췄다. 사실상 자살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는데, 이 또한 알려지면 에이스생명과 비교돼 마치 ‘나쁜 보험사’처럼 인식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생보사 중 자살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곳은 관련 민원이 1건뿐인 에이스생명과 현대라이프 두 곳이다. 이들을 제외한 다른 생보사들은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금감원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업계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ING생명이 행정소송에 들어가 자살보험금 논란이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금감원이 언론플레이를 통해 생보업계를 찢어놓으려 한다는 것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언론에 알려지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사는 좋은 보험사, 지급하지 않기로 한 보험사는 나쁜 보험사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이 가질 수 있다”며 “금감원은 이를 악용해 생보사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대형 생보사는 “결국 자살보험금 논란이 민원뿐만이 아니라 현재 계약이 유지되고 있는 건에도 지급돼야 한다면 업계 전체적으로 위기가 올 수도 있다”며 “법률적 판단을 통해 소송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승열 기자 ys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