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게 꼴찌라 했던가

연합뉴스
입력일 2014-10-01 16:39 수정일 2014-10-01 18:08 발행일 2014-10-02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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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칠성 남자경보 50㎞ 값진 銀
10년 전 아테네올림픽 최하위 기억 지우고 메달
아시안게임역주하는박칠성
박칠성(32)이 ‘지옥의 레이스’ 남자 경보 50㎞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연합)
박칠성(32)이 지옥의 레이스  남자 경보 50㎞에서 값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육상이 아시안게임 남자 50㎞ 경보에서 메달을 따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칠성은 1일 인천 연수구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남자 경보 50㎞에서 3시간49분15초로 레이스를 마쳐 다니 다카유키(3시간40분19초·일본)에 이은 2위에 올랐다.

40㎞지점까지 3위를 달리던 박칠성은 45㎞ 지점 근처에서 당시까지 2위를 기록 중이던 야마자키 유키(일본)을 제치며 역전극을 연출했다.

박칠성은 그간 큰 대회에 강한 선수로 이름이 나 있었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3시간47분13초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7위에 올라 ‘톱 10 진입’에 성공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3시간45분55초(13위)로 자신의 한국 기록을 또 경신했다.

하지만 박칠성의 첫 메이저대회 성적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로 남았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20㎞ 경보에 출전한 박칠성은 1시간32분41초로 레이스를 완주한 41명의 선수 중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당시 “무더위 속에서 끝까지 완주한 아름다운 꼴찌”라고 박칠성을 소개했다.

하지만 박칠성은 ‘꼴찌’로 남는 걸 거부했다.

2013년 5월 발등을 다치자 그해 8월 열린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대신 박칠성은 부상을 다스리며 2014년 10월 1일을 목표로 꾸준히 걸었다. 그리고 이날 최하위로 레이스를 마친 중국의 장린(4시간8분5초)에 18분 50초나 앞서 결승선을 통과했다.

박칠성은 ‘꼴찌’가 아닌 ‘은메달리스트’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달았다.

한편 남녀 20㎞ 경보에서 김현섭(29)과 전영은(26)이 모두 동메달을 따내고, 남자 50㎞에서 박칠성이 은메달로 레이스를 끝내 한국 경보는 아시안게임 사상 최초로 경보 3개 부문 모두 시상대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