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른 나를 보는듯… 소소한 일상 담은 TV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4-09-29 14:05 수정일 2015-01-05 17:56 발행일 2014-09-30 26면
인쇄아이콘
또다른 이웃처럼… 일상에 지친 삶을 위로하다

“어 저건 딱 내(우리) 이야긴데”

TV를 보다가 무릎을 치고, 옆 사람 등을 치는 일이 잦다. TV 속 등장하는 인물은 더 이상 다른 세상에 사는 연예인이 아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행동하는 우리 이웃이다.

재미를 주는 요소 중 하나는 ‘공감’(共感)이다. 대중의 공감대가 없는 예능 프로그램은 매회마다 억지로 웃음을 이끌어 내야 한다. 반면 여자, 육아 등 공감을 소재로 한 예능프로그램은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시청자의 큰 호응을 얻는다. MBC ‘아빠 어디가’, ‘나 혼자 산다’,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JTBC ‘마녀사냥’으로 대표되는 공감 예능의 인기는 여전하다.

24
tvN ‘오늘부터 출근’

tvN은 예능프로그램으로는 다소 독특한 소재를 잡았다. 20일 첫 방송을 한 ‘오늘부터 출근’은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직장인의 생활’을 공감 코드로 내세운다. 출근길부터 하루의 고단함을 뒤로 하고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까지 연예인들의 리얼 직장 생활기는 같은 직장인들에게 큰 공감을 샀다.

전직 프로게이머였지만 컴퓨터 앞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홍진호, 미국 명문대를 다니지만 택배 하나 부치지 못하는 로이킴 등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이들의 모습은 취업 후 인생을 다시 배우는 현실 속 직장인과 똑같다. 그들을 지켜보는 직장인 시청자는 재미를 느끼는 한편 ‘나만 저런 게 아니다’라는 위안을 동시에 얻는다.

23
SBS ‘달콤한 나의 도시’

SBS ‘달콤한 나의 도시’는 서른 즈음에 접어든 일반인 여성 4명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는 한국판 섹스 앤 더 시티이다. 미모의 변호사, 결혼을 앞둔 대기업 사원, 다이어트와 씨름하는 귀여운 영어강사,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내야 하는 헤어 디자이너. 이들은 여자로서 겪는 은밀한 고민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비슷한 시기를 지나고 있는 여성들로부터 큰 공감대를 얻고 있다. 출연자가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이라는 점은 공감을 배가시키는 요인이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외국인, 정상보다 더 정상 같은 비정상인. 서로 다른 나라에서 모인 11명의 외국인 말 한마디에 대한민국 들썩인다. JTBC ‘비정상회담’은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발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9월 조사에서 ‘왔다 장보리’, ‘무한도전’에 이어 3위에 올랐다. 4위는 ‘진짜 사나이’, 5위는 ‘1박 2일’이 차지했다.

2014092901010014154
전현무, 유세윤, 성시경 3명의 MC와 11명의 비정상들.(사진제공 =JTBC)

 제작진이 밝힌 비정상회담의 인기 요인은 결혼 전 동거 문제, 스펙 중심 취업 시장 등 공감 가는 토론 주제 선정이다. 한국에 머물며 같은 고민하고 사는 외국인 패널들의 색다른 시각은 시청자들로부터 깊이 있는 공감을 자아낸다. 

2014092901010014155
‘하숙 24번지’는 하숙집에서 벌어지는 청춘들의 일상을 코믹하게 그렸다. (사진 제공=MBC 에브리원)

‘남자 셋 여자 셋’, ‘논스톱’으로 대표되는 청춘 시트콤은 20~30대 젊은 층의 생활상을 반영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23일 시작한 MBC 에브리원 ‘하숙 24번지’는 한동안 뜸하던 청춘 시트콤의 새로운 부활을 예고한다. 대기업 입사를 꿈꾸는 모태 솔로남, 시집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취집녀 등 하숙집에서 벌어지는 즐거운 소란스러움은 오랜만에 느끼는 시트콤의 재미다.

공감 예능의 인기에 한상덕 대중문화 평론가는 ‘TV 속 위선’을 지적한다. 그는 “시청자들이 똑똑해졌다. 그들은 꾸며지고, 조작된 TV 속 모습에 거부감을 느낀다”며 “일상에 지친 대중들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찾기 보다는 그냥 흘러 가는 대로 방송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한 가벼움 속에 담긴 소소한 일상에서 시청자는 현실 속 자신의 모습과 비교하며 웃는다”고 분석한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