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 어느 50대에게 도적처럼 찾아온 노후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14-09-28 16:35 수정일 2014-09-29 16:38 발행일 2014-09-29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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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김태우 연구원

준비 없는 노후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 노인이라는 말이 아직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50대 후반의 이모씨(57)는 노후를 이렇게 얘기한다. “노후라는 놈은 이미 내 앞에 와 있는데 너무 낯설다. 이게 뭐냐! 언제 이런 단어가 만들어 진 것이냐?”

롤러코스트 같은 인생을 살아온 대한민국의 50대가 느끼는 노후준비의 현주소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 부머(1955~1963년생)의 71%는 부모세대가 생존해 있고 80%는 성인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동거자녀의 취업비율은 35%에 불과하며, 베이비 부머 3명 중 1명꼴은 신체질환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노부모부양’과 ‘자녀뒷바라지’ 그리고 ‘의료비지출’ 등 삼중부담으로 정작 필요한 노후의 삶을 위한 준비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KB금융연구소에 따르면 베이비 붐 세대 6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5세 이후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비율이 8.2%, 더 심각한 것은 아직까지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무려 24.4%나 됐다.

특히 지난 1월 국민연금공단에서는 50대 이상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노후에 표준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적정생활비’는 개인은 월 110만원, 부부는 월 184만원이라고 발표했지만 다른 은퇴연구소에서는 50대와 60대 부부에게 필요한 ‘적정은퇴생활비’는 각각 월 300만원과 260만원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적정생활비’의 정의 그리고 조사방법에 따라 생활비 수준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이러한 차이가 오히려 50대 은퇴예정자에게 혼란과 노후준비의 무거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노후’라는 놈은 거침없이 달려온 대한민국의 50대, ‘삼중부담’으로 힘겨워하는 ‘낀 세대’인 50대의 발목을 잡고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다. 재테크 서적마다 억(億)을 외치는 요즈음 노후자금도 수억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50대에게 먼 남의 이야기다. 50대의 경우 노후생활비 수억(億)의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은 정해진 시점에 정해진 금액이 오랫동안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가장 좋은 노후준비일 것이다. 그것이 일자리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이제 50대인데 앞으로 남은 노년의 생활은 30~40년 가혹할 만큼 긴 세월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50대에게 노후가 이렇게 도적처럼 빨리 찾아올 줄 몰랐다는 이모씨(57)의 후회 속에서 문득 어느 강연장에서 목놓아 외치며 강조하는 연사의 말이 생각난다.

“은퇴한 부모가 자녀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경제적 자립이며 은퇴한 부모에게 자녀가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도 경제적 자립이다.”

이 말은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새겨들어야 할 말일 것이다.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