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급 자살보험금 논란 법정가나

유승열 기자
입력일 2014-09-25 20:22 수정일 2014-09-25 20:22 발행일 2014-09-2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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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지급 압박'… "재해사망 특약 30일까지 지급" 보험사에 공문
생보사 '반발'… "수십억 타격, 당국 부실 감독 시시비비 가려야"
금융당국과 생명보험업계가 자살보험금 미지급건을 두고 힘 겨루기가 한창이다. 금융당국은 자살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하는 반면, 업계는 못주겠다며 버티고 있다. 또 업계는 금감원이 자신들에게 향할 비난의 화살을 보험업계에게 돌리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5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초 분쟁조정국에 들어온 재해 사망보험금 관련 민원에 대해 재해사망 특약에서 정한 보험금을 오는 30일까지 지급하라며 10여개 생명보험사에 공문을 보냈다. 또 민원에 대한 수용 여부와 민원인과 합의 결과를 알려달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생보사들은 보험금을 줄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보험금이 1억~2억원이 아니기 때문에 모두 지급하면 보험사 입장에서도 타격을 입게 되고 향후 이 같은 민원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며 “자살이 재해인지에 대한 법리적인 검토도 필요하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생보업계는 또 금감원이 자신들의 업무소홀에 대한 비판을 면키 위해 신속히 해결하려 한다며 권력으로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감원은 자살보험금 논란이 일기 전까지 약관의 문제점에 대해 일체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감독업무를 똑바로 했다면 일이 불거지기 전에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금감원의 업무소홀도 사태의 원인인데 모든 책임을 생보사에게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이 서두르는 또 다른 이유는 ING생명이 행정소송에 들어갈 경우 자살보험금 논란이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재결정을 통보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성을 할 수 있다. 현재 ING생명은 금감원에 대한 행정소송을 검토 중으로 연말까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당국이 패소하면 ‘재해사망특약에 따른 미지급 자살보험금은 지급하는 게 맞다’는 원칙이 근본부터 흔들릴 수 있다.

때문에 금감원이 소송 전 다른 생보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해 논란을 해소하려 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의 시간끌기와 소송 패배에 대비하기 위해 거센 압박을 넣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금감원이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ING생명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놨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조만간 특별검사를 나가겠다며 압박 강도를 더하고 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정확한 날짜까지 통보하며 지시한 것은 ING생명이 소송에 들어가기 전에 알아서 길 회사는 알아서 기고 반대하면 ING생명과 뜻을 같이 하라는 셈”이라며 “정확한 시시비비를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지급하라는 것은 건전한 시장조성을 위한 금감원이 할 자세가 아니다”고 말했다.

유승열 기자

ys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