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으로부터 거부당한 대학평가

사설 기자
입력일 2014-09-24 16:00 수정일 2014-09-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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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가 언론사의 대학평가에 대해 공식 거부 운동에 나섰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대학평가가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고 서열화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언론사가 내세운 평가기준이 ‘취업률, 대학 재정, 외국인 학생 비율’ 등 얼토당토않은 내용뿐이라며 이는 교육현장의 혼란을 불러 피해는 결국 학생의 몫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연세대 등 다른 대학들도 동참할 움직임을 보여 언론사의 대학평가에 대한 거부 운동은 점차 확산될 조짐이다.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거북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언론사로부터 평가받는 일은 예초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일이다. 특히 일부 언론사는 대학평가를 자사 영향력을 높이는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대학은 2011년부터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도 호된 평가를 받았다. 10개 지표로 대학을 평가해 하위 15%에 해당하는 대학은 재정지원을 제한 받았다. 올해도 19개 대학이 불이익을 당했다. 비록 폐지가 확정되었지만 취업률 지표가 전공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등 지표의 공정성 논란이 일어 지난 5월에는 감사원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교육부는 올부터 대학구조 개혁을 위한 새로운 평가 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대학을 5개 등급으로 나눈 뒤 등급에 따라 제재를 차등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뒤늦게 평가의 틀과 지표를 논의할 공동개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서두르고 있으나 논의되는 평가지표도 여전히 정량 평가 위주로 짜여 있는 것을 알려졌다. 그동안 ‘대학 옥죄는 줄세우기’란 비난을 들어 온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학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선제적 조치라 하지만 대학 역시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 단순히 입학정원을 줄이기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재정을 지원할 것인지,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새로운 시각에서 대학 정책을 검토해야 한다. 굳이 대학을 평가하겠다면 ‘줄세우기식’ 대학평가보다는 대학별 특성에 맞는 평가지표를 개발하는 등 혁신적인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