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앞에 당당히 선 우슈 '젊은 고수'들

연합뉴스
입력일 2014-09-22 09:50 수정일 2014-09-2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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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인천시 강화군 강화고인돌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우슈 남자 장권 경기 메달시상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이하성이 은메달 수상자 마카오 자루이와 동메달 수상자 일본 이치키자키 다이스케와 기념촬영하고 있다.(연합)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면치 못하던 한국 우슈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작지만 중요한 도약을 하고 있다.

    
한국 우슈는 20∼21일 이틀간 벌어진 네 종목에서 금·은·동메달 1개씩을 수확하며 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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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우슈 남자 투로에서 은메달을 딴 이용현(21·충남체육회)과 동생 이용문(19·충남체육회)이 21일 강화 고인돌체육관에서 함께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둘은 함께 우슈를 해 온 '형제 국가대표'다.(연합)
이는 벌써 아시안게임에서 기록한 역대 최고 성적을 뛰어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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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인천 아시안게임 우슈 여자 투로에서 동메달을 따낸 서희주(21·광주우슈쿵푸협회).(연합)
이전까지는 12년 전 홈에서 벌어진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의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가 종전 최고 성적이었다.
    
메달 수로 계산해도 2010년 광저우 대회의 역대 최다 4개(은메달 2개, 동메달 2개)에 1개 차이로 다가섰다.
    
여전히 투로에서 3종목을 남겨두고 있고, 대련 종목인 산타에도 남녀 6명의 선수가 계속 경기를 치러나갈 예정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전체 메달 수에서도 역대 최다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우슈 중에서도 메달 3개를 한국에 선사한 투로 종목은 중국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까지 '만리장성'이 길게 늘어서 있는 종목이다.
    
종목의 발상지인 중국은 명실상부한 최강이며 마카오와 홍콩·대만 등 중화권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도 화교들을 중심으로 강한 전력이 갖추고 있다.
    
워낙 중국세가 강하다 보니 한국처럼 중국어권이 아닌 국가들은 정상권에 서기 어려운 '텃세'도 존재한다.
    
더구나 마카오, 홍콩 등에는 원래 중국에서 활약하다가 소속을 바꾼 '수입 선수'도 많아 메달권의 진입 장벽이 두텁게 가로막힌 형국이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이런 장벽을 상당히 많이 넘어섰다.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남자 장권의 이하성(20·수원시청)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자루이(마카오)를 2위로 밀어냈다. 자루이는 사실 본토 선수다.
    
남자 도술·곤술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용현(21·충남체육회)도 쑨페이위안(중국)에게만 밀렸을 뿐, 마카오와 홍콩의 경쟁자들을 밀어냈다.
    
여자 검술·창술 동메달리스트인 서희주(21·광주우슈쿵푸협회)의 아래로도 홍콩, 말레이시아, 대만 등 중화권 경쟁자들이 수두룩하다.
    
한국의 '쿵후 고수'들이 안방이라는 편안함에 힘입어 만리장성의 벽 앞에서 주눅들지 않고 맞선 것이다.
    
이들이 대부분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라는 점도 앞으로 희망을 품게 한다.
    
특히 이하성과 이용현은 이번이 성인 무대에서의 첫 국제대회일 만큼 새롭게 등장한 스타다.
    
물론, 이들이 세계 최고수로 올라서려면 만리장성의 가장 높은 벽인 중국을 넘어서야 한다.
    
우슈 대표팀의 안희만 총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세계 2위권으로 올라섰다고 볼 수는 있지만, 훈련 시스템 등 여러 가지 요인들 탓에 다른 중화권 선수들과 중국 본토의 선수들의 기량에는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중국에 맞서기 위해서는 실업팀의 확장 등 환경의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