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혼의 정전’ 치매, 예방이 최선이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14-09-21 18:18 수정일 2014-09-2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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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치매발생률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평균 수명이 늘고 노인인구의 급격한 증가 등 복합적 요인으로 풀이된다.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와 함께 지정한 ‘치매극복의 날’이다. 1995년 가족과 사회가 치매환자의 돌봄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치매가 두려운 것은 까마득히 멀어져간 기억 앞에 혈연마저 알아보지 못하는 절망감이다. 어느 시인은 노모가 치매에 걸리자 ‘영혼의 정전(停電)’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경제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가족마저 황폐하게 만든다. 평균 생존기간도 암환자의 평균 2년 보다 6배 길다보니 형제자매간에도 ‘간병’을 둘러싸고 갈등과 불화가 싹튼다. 치매 노인을 요양시설에 입원시키려고 해도 불효소리 들을 까봐 꺼리게 된다.

최근 ‘막힌 기억의 회로’에서 딸의 출산을 기억해낸 ‘부산 치매할머니’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다. 보따리 두 개를 들고 동네를 서성거리던 할머니를 경찰이 파출소로 모시고 왔다. 두 시간 만에 이름과 사는 곳을 기억해 냈다. 수소문 끝에 딸이 입원한 병원으로 안내했다. 보따리 속에서 미역국, 쌀밥, 나물반찬과 이불이 나왔다. 딸에게 “어서 무라(어서 먹어라)”했고, 딸은 엄마를 보며 하염없이 울었다.

대부분의 치매는 한순간에 기억력과 판단력을 잃지 않는다.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평소 성격이나 생활습관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고 이상 증세가 있으면 병원을 찾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정부는 새로운 ‘치매예방 수칙 3·3·3’을 발표했다. 세 가지를 적극적으로 즐기고(3勸), 세 가지를 참으며(3禁), 세 가지를 반드시 챙기라고(3行) 권고한다. 치매학회에서도 일명 ‘치매예방 진인사대천명’ 수칙을 내놨다. 공통점은 운동, 금연·금주, 대인관계 원만, 독서·신문 읽기 등 뇌 활동, 조기검진이다. 아는 것 보다 실천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