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입쌀 고관세로 모든 게 끝나는게 아니다

사설 기자
입력일 2014-09-18 15:52 수정일 2014-09-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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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쌀 시장 전면개방에 따라 내년 1월1일부터 수입쌀에 부과할 관세율을 513%로 정했다. 이 관세율을 적용하면 수입쌀의 국내 판매가격이 국내산 가격보다 훨씬 비싸 국내산의 가격경쟁력이 충분히 보장된다. 더구나 국내산은 수입 쌀보다 품질이 우수해 품질경쟁력도 갖추고 있는데다 우리 입맛을 고려할 때 수입쌀이 국내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 싶다.  
그러나 우리가 결정한 관세율을 우리 마음대로 적용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상대가 있는 만큼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의 검증과정을 거쳐 이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시절인 1986∼1988년 중국산 수입쌀 평균 가격과 당시 국내산 쌀의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관세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관세율을 정할 때 사용한 기준을 비롯해 가격 산정시 적용한 미국 달러 환율 등의 적정성이 검증의 초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검증기간도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설사 WTO 검증을 무난히 통과하더라도 모든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WTO 규정에 따라 점차 관세율을 낮춰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앞으로 정부가 체결할 통상 협정들도 변수다. 정부는 한·미 FTA 등 이제까지의 통상협상에서는 쌀 관세화를 유예하고 있다는 이유로 쌀을 아예 협상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쌀 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이 버팀목이 사라져 이런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으로 있을 통상협정에서 쌀을 초민감 품목으로 지정해 관세 철폐.축소(양허)대상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이제까지 양허 대상에 넣을 필요도 없던 쌀이 협상 대상에 새로 들어가면서 상대국에 약점을 잡혀 다른 것을 양보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정부가 과연 초심대로 다른 주요 수출품목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농업을 보호할지 철저히 지켜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