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찰이 한전의 돈 심부름을 했다는 건가

사설 기자
입력일 2014-09-15 21:40 수정일 2014-09-16 10:32 발행일 2014-09-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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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경찰서장이 한전에서 돈을 받아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돌린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현희 청도경찰서장은 추석연휴에 지역 주민 7명에게 100만~500만원이 든 돈봉투 7개를 돌렸다. 현재까지 확인된 금액은 모두 1700만원이며 이 서장은 이 돈을 한전에서 받아 자신의 이름으로 된 돈봉투에 담아 전달했다고 한다. 이 서장은 직위해제 됐으며 경찰청이 수사에 나섰다.

현직 경찰서장이 한전의 간부와 한 통속이 되어 지역 주민들을 돈으로 매수하려 했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일이다. 한전은 청도군 삼평1리 지역에 초고압 송전탑 7개를 세우는 공사를 해왔으며 이 가운데 6개는 완공했으나 나머지 1개는 일부 주민들과 지역 환경단체가 격렬하게 반발해 지난 2년간 공사가 중단됐다. 지난 7월에야 주민들이 설치한 공사저지용 시설물을 강제로 철거하고 공사를 재개했으나 송전탑반대공동대책위원회와 주민 30여명이 현장에서 공사중단을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방폐장 건설 등 국가적으로 시급한 사회간접자본시설 건설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는 일은 이제 다반사가 되었다. 국책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주민의 환경권 보호가 곳곳에서 충돌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이럴 때 경찰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제기한다. 어느 한 편에 치우침이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공권력을 엄정하게 집행해야 한다. 그래야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위법행위가 있을 때 이를 엄단할 수 있다.

한전이 지역 주민을 돈으로 매수하려 한 것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심각한 범죄 행위다. 주민들에게 전달된 자금의 출처에 대해 한전측은 개인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 보다는 한전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한 경찰서장이 공기업 간부로부터 거액을 받아 지역 주민들에게 돌린 행위는 양자간의 지속적인 유착관계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사법당국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낱낱이 밝혀 엄벌함으로써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