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중개 새 장으로 떠오른 SNS

정은지 기자
입력일 2014-09-13 12:53 수정일 2014-09-14 14:33 발행일 2014-09-1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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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은행 창구 역할을 대신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SNS는 단순히 메시지를 주고 받는 수단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나가고 있다. 바로 ‘플랫폼’으로의 진화다. 국민 SNS로 자리잡은 카카오톡은 게임, 웹툰 등 단순 오락 거리를 넘어 이제 금융 중개업까지 그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13일 황윤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금융의 진화, 인간을 거래하는 SNS’ 보고서를 통해 “이미 은행 지점 등 점포를 통한 대면 거래 비중은 낮아진 지 오래”라며 “개인이 직접 찾아가 은행이 제시하는 조건에 따라 자본을 지급받았다면 이제는 소셜 미디어가 그(은행창구) 자리를 대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에 대한 근거로 최근 화젯거리였던 ‘아이스 버킷 챌린지’를 들었다. 이는 루게릭 환자들을 위한 기부금 마련을 목적으로 시작된 캠페인으로 지목 당한 사람이 자신의 머리 위에 얼음 물을 붓거나 그렇지 않으면 미국루게릭병협회(ALS Association)에 100달러를 기부해야 한다. 이는 페이스북 등 SNS를 매개로 전 세계에 퍼져 나갔으며 ALS 협회에 현재까지 모금된 금액은 1억달러가량으로 전년 동기대비 20배에 달한다.

캠페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최대 비결은 SNS를 통한 확산이다. 스마트폰 보편화로 SNS 노출이 늘었고 SNS를 기반으로 한 이 캠페인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모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황 연구원은 “이는 금융회사의 고유 업무라고 여겨졌던 자금 중개의 일부 역할이 SNS로 옮겨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아울러 은행이 제시한 조건에 따르는 수동적 입장에 있던 자금 수요자들이 각각의 니즈에 맞춰 직접 투자자를 유치하는 능동적 입지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으로도 풀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SNS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는 등의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실제 개인이 스스로 금융상품이 돼 투자를 유치하고 배당금을 지급하는 행위가 SNS를 매개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를 돕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금융업 역할을 대신하는 SNS의 플랫폼이 안정적인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다른 영역이긴 하지만 최근 차량 운전기사와 승객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연결해주는 우버(Uber)가 논란이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책임소재의 불명확성, 신상정보 유출 우려, 법·제도 관련 해결사안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SNS가 금융회사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현재 무리가 있다.

황 연구원은 “금융의 진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며 “시대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면 편승해 향유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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