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극장판 ‘애니’로 꽃피운 한국 정서

사설
입력일 2014-09-03 15:20 수정일 2014-09-0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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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용 애니메이션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 개봉 일주일 만에 독립영화 흥행 기준인 누적관객 수 1만명을 돌파한 뒤 1만5000명 선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려면 멀었지만 전국 55개 스크린에서 상영 중인 것을 고려하면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근대 단편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김유정의 ‘봄봄’,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세 편을 90분 옴니버스로 담아냈다.

‘메밀꽃 필 무렵’은 아련한 향수에 달빛을 흩뿌리듯 심상을 정화시킨다.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봄봄’은 판소리도창으로 숭늉처럼 구수하게 풀어낸다. ‘운수 좋은 날’은 1920년대 경성 시내 거리와 전차, 상점과 성곽을 사실주의로 재현해냈다. 태블릿PC 작업 아니라 연필로 그린 7만장의 그림으로 한국적 정서를 촘촘히 엮은 수작이다.

화려한 3차원(3D) 애니메이션 대신 정겨운 2차원(2D) 애니메이션 화면 속에 원작의 아날로그적 감성은 수채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란 세대는 한국의 서정과 감성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때 그 시절을 겪은 어른들은 애환과 추억을 되새기며 추석 연휴 온가족이 함께 봐도 좋겠다.

‘뽀롱 뽀롱 뽀로로’를 만들어내는 한국애니메이션이 왜 미국 픽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과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을 따라 잡지 못하느냐는 우려는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 ‘메밀꽃’처럼 흐드러지게 가능성의 꽃을 피웠다.

관객 1700만명을 동원하며 신기록을 세운 영화 ‘명량’의 초기 스크린 수가 139개이었음을 상기하면 독립영화는 너무 홀대 받는다. 스크린 확보가 하늘의 별 따기다. 보고 싶어도 상영관을 찾기 어렵다는 불만의 소리도 들린다.

주제의식이 강하고 창조성이 돋보이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고 접근성을 마련해 주는 것이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실현하는 디딤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