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 칼럼] 피카소를 살린 담배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입력일 2014-09-03 09:01 수정일 2014-09-03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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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 논설위원
‘담배=약’이었다. ‘성호사설’은 △가래가 목에 걸렸을 때 △비위가 거슬려 침이 흐를 때 △소화가 되지 않아 눕기 불편할 때 △먹은 것이 가슴에 걸려 신물을 토할 때 등에 좋다고 했다.
서양사람 하멜은 ‘하멜 표류기’에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피우고 심지어는 4∼5살 먹은 아이들도 피운다. 피우지 않는 사람을 발견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우리 담배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렇지만, 착각이었다. 아이들에게 담배를 먹인 것은, 회충을 없애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담배=회충약’이기도 했다. 
서양에서도 ‘담배=약’이었다. 장 니코라는 사람이 1599년 담배를 본국인 프랑스로 보냈더니, 두통약으로 둔갑하고 있었다. 교황에게는 ‘천식 특효약’으로 진상되기도 했다.  파블로 피카소는 태어났을 때 웬일인지 숨을 쉬지 않았다. 죽어서 태어난 것이다. 모두들 ‘사산’으로 여겼다.  마침 피카소의 삼촌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삼촌은 담배연기가 가득한 입김을 피카소의 폐 속으로 불어넣었다. 그러자 피카소가 울음을 터뜨렸다. ‘소생’한 것이다. 담배가 없었더라면 위대한 미술가는 세상 구경도 못해본 채 버려질 뻔했다. 그랬으니, 담배는 더욱 ‘약’이 아닐 수 없었다.
담배는 ‘호구지책(糊口之策)’에도 필수적이었다. 옛날 종로거리에는 가게가 즐비했다. 가게 주변에는 흥정을 붙여주고 판매액의 일부를 뜯어서 먹고사는 ‘연립꾼’이 있었다. 그들은  물건을 살 만한 손님이 나타나면 소매부터 잡아끌어 가게 안에 준비해 놓았던 ‘기사미’부터 내밀었다. 기사미는 잘게 썬 고급 담배다. 불을 붙여주면서 흥정을 시작했다. 담배가 없었다면, 처자식 먹여 살리기도 힘들었다.
독일 작곡가 브람스가 ‘아줌마 부대’에게 포위당했다. 짓궂은 질문이 쏟아졌다. 브람스는 엉겁결에 담배에 불을 붙였다. 담배연기가 구름처럼 퍼졌다.  아줌마 부대가 따졌다. “여자 앞에서 실례가 아닌가요?” 브람스가 재빨리 변명했다. “글쎄요, 나는 천사들이 모여 있는 곳에는 구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졸지에 천사가 된 아줌마 부대는 더 이상 브람스를 공격할 수 없었다. 담배에는 이런 희한한 효능도 있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이 좋은 담뱃값을 올리려 하고 있다. 그것도 ‘왕창’이다.
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