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발권으로 대출한 돈 13조…15년6월來 최대

정은지 기자
입력일 2014-09-02 17:56 수정일 2014-09-02 17:58 발행일 2014-09-0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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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등 발권력 자주 동원
화폐가치 하락과 물가상승 부담 전이 우려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일반 기업이나 공기업 등에 빌려준 대출액이 15년 6개월 만에 최대치로 늘어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많은 수준으로, 세수 부족으로 재정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 등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는 발권력이 자주 동원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발권력을 동원한 한국은행의 대출금은 13조1571억원으로 1년 전 7조9903억원보다 64.7%나 증가했다.

정부의 회사채시장 정상화 방안을 대출해준 데다가 작년 6월부터 자금을 공급하기 시작한 기술형 창업지원 프로그램 등 중소기업 대상의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확대해온 탓이다.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하는 신용대출 수단인 금융중개지원대출은 8월 말 현재 9조6981억원으로 1년 전보다 2조2024억원 증가했다. 한달 전과 비교했을 때도 2137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8월 말 현재 현재 한은의 대출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수준을 뛰어 넘은 것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과거 한은이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로 불리던 시절에도 발권력을 동원한 대출금은 1992년 9월의 17조6365억원이 역대 최대 규모였다.

발권력에 의해 공급된 유동성은 당장은 아니지만 국민에게 화폐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 부담으로 전이되는 만큼 한은의 발권력은 최대한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게 일반론이다.

그러나 재정자금을 투입해도 되는 사안에 한은의 자금이 동원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한은은 지난 7월 발표된 정부의 경제활성화 정책에 맞춰 금융지원대출 한도를 기존 12조원에서 이번 달 15조원으로 늘렸으며 중소기업의 설비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3조원 규모의 설비투자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또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 방안’에 따라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 디딤돌 대출 등 정책 모기지 공급 확대에 필요한 재원 확충을 위해 올해부터 2017년까지 4000억원을 정부와 함께 추가 출자할 예정이다.

한은은 발권력을 동원해 자금을 풀면 보통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을 통해 그만큼 통화를 흡수하려 하지만 그 이자를 부담해야 하고 통화안정증권도 극한 상황에서는 국가 경제의 부채가 될 수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통화안정증권 발행잔액은 지난 7월 말 현재 176조4190억원으로 집계돼 1년 전보다 10조249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은지 기자 bridge_lis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