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부총리의 '잃어버린 20년' 발언

사설
입력일 2014-08-26 10:42 수정일 2014-08-2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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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박정희 대통령 때 구호는 ‘증산, 수출, 건설’이었다. 우리는 증산을 하면 수출을 하고, 건설도 했다. ‘새벽종이 울리면 자리에서 일어나 새마을을 가꿨다’. ‘헝그리 정신’이 나라에 가득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자서전에서 밝힌 것처럼, 피죽 한 그릇을 먹고도 펄펄 날았다. ‘하면 된다’였다.

그 ‘헝그리 정신’은 숫자로 나타났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1962년부터 박 대통령이 서거한 1979년까지 수출은 무려 275배나 증가했다.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같은 기간 동안 자그마치 19배 늘어났다. 1960년대에는 수출이 연평균 41.6%의 증가율을 기록, 세계 평균인 7.7%의 5배에 달했다. 그런 결과,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자랑할 수 있었다.

이랬던 우리가 이제는 ‘해도 안 된다’며 주저앉고 있다. 선진국에 눌리고 신흥국에 따라 잡힌다는 ‘샌드위치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무섭다며 ‘차이나 임팩트’라는 타령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도 다시 뛸 마음들은 아직도 ‘별로’다. 추석 연휴 때 ‘대체공휴일’ 적용 여부에 신경들을 쓰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고 있다는 얘기는 잊을 만하면 꺼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부총리마저 다소 회의적인 듯싶은 발언을 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며칠 전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우리 경제가 “놀랍게도 일본이 과거 20년 동안 걸어온 길을 걷고 있다”고 언급했다는 보도다. “일본도 자기들이 잃어버린 20년을 알고 있었던 게 아니라 지나고 나서 잃어버렸다는 것을 알았다”며 “지금 우리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고 볼 수 없고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제회복은)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는 것이다.

나라 경제를 이끌어야 할 경제부총리가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국민에게는 껄끄러운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