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업계 "안전장치 우선"

유승열 기자
입력일 2014-08-25 16:17 수정일 2014-08-26 17:23 발행일 2014-08-2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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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 9월 발표예정
日, 허위 수익률 공시 등 투자손실 발생
정부가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험업계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9월 중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제도에 기금형을 도입, 병행하는 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란 기업이 외부에 연기금을 독립법인으로 설치해 기업의 역할을 대신하게 하는 구조를 말한다. 기업은 기여금 부담만 담당하고 나머지 연금관련 역할은 연기금 독립법인이 수행하는 구조로, 가입자가 연기금 운영 의사결정에 참여해 운용과 관리의 투명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 참여형 지배구조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연기금과 이해관계자의 도덕적 해이 발생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연기금의 연금재정이 부실할 경우 연기금과 가입자가 연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 일본은 기금형제도 실패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일본의 연기금 전문 대형 운용회사 AIJ는 2000년대 후반부터 허위 운용수익률 공시 및 광고를 통해 수탁자금을 확보하고 고위험 자산 등에 투자해 매년 큰 폭의 투자손실을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위 운용보고서를 개별 연기금에 제공하는 등 이른바 ‘폰지사기’ 방법으로 영업을 지속했다. 일본 금융청이 2012년 사기사건을 적발했을 때에는 연기금 수탁자금(약 2000억엔) 90% 이상 손실이 발생했고 84개 연기금에 가입된 88만명의 가입자가 금전적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업계는 일본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탁자 책임에 대한 규정을 정비하고 연기금 부실에 따른 근로자 수급권 보호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근로자와 수탁자간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탁자에 대한 감시 및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우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기금형제도는 이론적으로 현행 계약형제도보다 선진화되고 참여형 퇴직연금제도인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복잡한 이해관계자의 구성으로 더 많은 이해상충과 이로 인한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승열 기자 ysy@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