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위헌 결정 3년…군 위안부 문제 진전 ‘난항’

유혜진 기자
입력일 2014-08-24 14:19 수정일 2014-08-25 15:51 발행일 2014-08-2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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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국장급 4차 협의, 日 해결의지 판단 시금석
구호 외치는 참가자들
20일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제1140차 정기 수요집회에서 길원옥 할머니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

오는 30일이면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청구권에 대한 분쟁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다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 지 3년이 된다. 이후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 최대 현안으로 자리 잡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상태다.

◇ 한때 비공식 채널 가동 타결 모색, 끝내 ‘불발’

정부는 헌재 결정에 따라 2011년 9월 15일 처음으로 일본에 군 위안부 문제 논의를 위한 양자 협의를 제안했다.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 조항을 근거로 했다. 이 협정 제3조에는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양국 간 분쟁은 우선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해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같은 해 11월 다시 협의를 제안했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포함해 한일 간 재산 청구권 문제는 청구권 협정으로 최종 해결됐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양국은 비공식적인 채널로 문제 해결을 모색하기도 했다.

2012년 상반기에는 이른바 ‘사사에(佐佐江)안’을 놓고 양측이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사사에 겐이치로 당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제시한 이 안에는 일본 총리가 군 위안부 문제를 공식 사과하고 이런 뜻을 주한 일본대사가 피해자에게 전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피해자를 보상한다는 등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책임’ 문제가 불거지면서 양측 협의가 지연됐다. 2012년 8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일왕에 대해 언급한 후로 한일 관계가 급격히 나빠졌다. 사사에안 논의도 유야무야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이후 다시 비공식적 협의를 시도했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성과 없이 끝났다.

◇ 한일, 국장급 협의 시작…4차 협의가 ‘시금석’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도 한일 관계가 선뜻 개선되지 못했다. 위안부 문제 협의 역시 진전되지 않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 12월 취임한 뒤 침략 전쟁을 부인해 왔다. 아베 일본 총리가 2013년 12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한일 간에는 고위급 교류가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한일관계 악화로 한미일 3각 공조까지 흔들렸다. 미국이 중재에 나서자 한일 양국 정상은 한미일 3국 정상회담 형식으로 지난 3월 처음 대면했다.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국장급 협의를 5월부터 3차례 진행했다. 이달 중 4차 협의도 열릴 예정이다.

문제는 3차 협의까지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점이다.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을 제시하라는 우리 정부의 요구에도 일본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소식통은 24일 “아직 일본의 구체적인 해결 방안은 제시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급격한 진전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베 총리의 기본 인식과 일본 내 우익 세력을 기반으로 하는 아베 내각의 특성상 일본의 결단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과 법적 책임 인정이 일본 측 방안에 포함돼야 한다.

이번 4차 협의가 일본 정부의 해결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시기적으로 볼 때 일본 정부가 나름대로 문제 해결 방안을 보여야 할 때가 됐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정부 내에서는 한일 관계의 장래가 사실상 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달려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진전된 메시지를 갖고 와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내년 양국 국교 정상화 50년을 앞두고 관계 개선을 하기 위해서다.

유혜진 기자 langchemi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