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감독 "봉중근이 아이스버킷을 한다고?"

연합뉴스 기자
입력일 2014-08-22 18:21 수정일 2014-08-2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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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의 봉중근(왼쪽부터), 이병규, 박용택, 손주인이 22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KIA 타이거즈와 경기를 앞두고 전 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ALS 아이스 버킷 챌린지'에 동참하고 있다. (구단제공)

프로야구 LG 트윈스 양상문(53)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최하위에서 어느덧 4위까지 올라섰으니 그럴 만했다.

    
주변의 축하 인사에 짐짓 앞으로가 걱정이라는 투로 얘기했지만 싫지 않은 눈치였다.
    
그런 양 감독의 표정은 순식간에 변했다. 루게릭병 환자들을 도우려는 뜻에서 출발한 얼음물 뒤집어쓰기 캠페인인 'ALS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한 LG 선수들의 명단을 전해 듣고 나서다.
    
22일 잠실구장에서는 KIA 타이거즈와의 시즌 13차전을 앞두고 이병규(등번호 9번), 봉중근, 박용택, 손주인 등 LG 선수 4명이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했다.
    
홍보팀에 참여 선수들의 명단을 알려달라고 부탁한 양 감독은 이병규, 박용택, 손주인의 이름이 거론될 때까지만 해도 환한 웃음을 짓다가 봉중근의 이름이 마지막에 나오자 난처한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양 감독은 지나가던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를 불러세워서는 "봉중근의 어깨에 수건 다 집어넣고 단속 잘하라"고 지시했다.
    
"많은 선수가 참여해서 루게릭병 환우들을 위한 모금이 많이 모이면 좋죠"라고 겉으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주축 투수인 봉중근이 이 행사에 참여했다가 치열한 4강 경쟁이 벌어지는 지금과 같이 중요한 상황에서 자칫 어깨에 탈이라도 날까봐 걱정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김용일 코치는 "얼음물을 뒤집어썼다가 혹시라도 온도 차 때문에 어깨가 안 좋아질 수 있다"며 수건으로 어깨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양 감독으로서는 행사 취지가 좋으니 대놓고 말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수수방관하자니 걱정은 되고 곤혹스러울 터였다. 피 말리는 4강 싸움이 아니었다면 양 감독도 웃으면서 선수들이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모습을 지켜봤을 것이다.
    
이런 감독의 걱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봉중근은 챌린지를 끝내고 난 뒤 자신을 지명한 류현진에게 "전화해서 따져야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