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인생의 또 다른 출발점

김동민 기자
입력일 2014-08-20 16:31 수정일 2014-08-20 19:53 발행일 2014-08-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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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과 아닌 과정으로서 100세 시대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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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스 요나슨의 장편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100’은 상징적인 숫자다. 평가에서는 만점, 완벽 등 좋은 의미지만 나이로 생각했을 때 그렇지 않다.

100세. 마치 인생이 끝나는 종착역에 도착한 느낌이다.

끝이 아니다. 100세가 되었지만 삶의 연장전을 즐기는 한 노인이 있다.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은 요나스 요나슨의 장편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알란 칼손이 그 주인공.

‘이제 그만 죽어야지’ 양로원 침대에 눕는 대신 그는 다시 인생을 즐기기로 결심한다.

책은 100세 생일을 앞두고 양로원을 탈출하는 알란 할아버지의 여정에서 시작된다. 좋아하는 술을 끊고 정해진 일과에 따라 자신을 구속하는 양로원 생활을 알란은 견딜 수 없었다.

‘창’을 넘어 세상으로 나간 알란은 우연히 갱단의 돈 가방을 손에 얻게 되는데 추격하는 무리를 피해 도망치면서 새로운 모험이 펼쳐진다.

이 할아버지가 평범한 인물이 아니다. 미국의 트루먼과 닉슨 대통령, 중국의 마오쩌둥, 소련의 스탈린, 북한의 김일성과 어린 김정은까지 알란이 만난 인물들은 모두 세계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인물들이다.

작가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폭탄을 만드는 기술 하나로 세계사에 중요한 흐름을 만든 알란 칼손이라는 사람을 시종일관 유쾌하게 풀어낸다.

“소중한 순간이 오면 따지지 말고 누려라. 우리에게 내일이 있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이야기 후반에 알란이 청혼을 놓고 지나치게 신중을 기하는 소심 쟁이 베니에게 하는 충고다. 100세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고 연장전까지 즐기는 인생 선배로서의 철학이 느껴지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우린 너무 많이 따지고 걱정하며 살고 있다. 돈과 자식 걱정,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 망설이고 내일은 또 뭘 해야 하나 하며 정작 중요한 당장의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지나고 보면 아쉬움이 남는 건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책을 덮고 영화를 보고 나와도 이 말이 기억에 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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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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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스틸컷

100세는 오늘을 꿰뚫는 화두이자, 트렌드이지만 100세까지 살자는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인생을 이어가는 과정일 뿐이다.

우리가 매 순간 자신 앞에 놓인 창을 넘을 준비가 되어 있다면 100세의 창도 그리 높지만은 않을 것이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