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인 칼럼] “검둥이는 거짓말쟁이”

김영인 논설위원 기자
입력일 2014-08-18 07:50 수정일 2014-09-04 10:36 발행일 2014-08-1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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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인 논설위원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죽은 고양이로 사마귀를 제거하는 방법을 놓고 말다툼을 벌이고 있다. 사마귀를 뗄 수 있다, 없다는 입씨름이다.

“그러면, 네가 사마귀를 뗀 적 있어?”

“나는 없지만 밥이 해봤대.”

“밥이 해봤다고 누가 그랬는데?”

“밥이 제프에게 얘기하고, 제프가 자니에게, 자니는 짐에게, 짐은 벤에게 얘기했어. 그리고 벤이 어떤 검둥이에게 얘기한 것을 그 검둥이가 나에게 들려준 거야. 그러니까 틀림없는 사실이야.”

“아니야. 거짓말이야. 거짓말하지 않는 검둥이는 없어!”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소설 ‘톰 소여의 모험’에 나오는 얘기다.

톰과 허클베리의 친구들에게는 모두 이름이 있다. 밥, 제프, 자니, 짐, 벤 등이다. 그렇지만 검둥이는 이름조차 없다. 단지 ‘어떤 검둥이’일 뿐이다. 게다가 검둥이는 죄다 거짓말쟁이다. 마크 트웨인은 이런 식으로 작품 곳곳에 흑인을 비하하는 듯한 표현을 담고 있다.

‘톰 소여의 모험’은 독자층이 대체로 아이들이다. ‘백인’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흑인을 내려다보는 우월감을 느끼며 자랐을 것이다.

하기는, 흑인은 제대로 된 인간에 들지 못했다. 미국이 헌법을 만들 당시, ‘자유신분 흑인’에게는 투표권을 주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러나 어림도 없었다. 흑인에게 투표권 따위를 줄 까닭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인구를 계산할 때는 흑인을 포함시키고 있었다. ‘표’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백인과 똑같이 대해줄 수는 없었다. 고심 끝에 흑인을 ‘그 밖의 모든 인간’으로 분류, 백인은 1명을 1명으로, 흑인은 1명을 0.6명으로 결정하고 있었다. 그랬으니 흑인은 애당초 ‘60%만 인간’이었다. ‘불완전한 인간’이었다.

미국의 흑인 소요가 간단치 않다는 소식이다. 미주리주의 작은 도시 퍼거슨에서는 비상사태까지 선포되고 있다. ‘백인’으로 알려진 경찰관이 10대 흑인 소년을 사살한 게 발단이라고 했다. 어쩌면 그 경찰관도 어렸을 때 ‘톰 소요의 모험’을 열심히 읽지 않았을까 싶은 것이다.

김영인 논설위원 kimy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