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심의 D-1, KB금융그룹 앞날은

정은지 기자
입력일 2014-08-13 16:09 수정일 2014-08-14 10:02 발행일 2014-08-1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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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이건호 제재결과 따른 4가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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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왼쪽), 이건호 국민은행장

KB금융그룹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시간을 많이 끌어온 사안인 만큼 오는 14일과 21일 열리는 제재심위에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 수위가 결정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제재 결과가 눈 앞에 다가오면서 향후 임 회장과 이 행장의 행보에 대해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둘 다 중징계

금감원은 이미 임 회장과 이 행장을 포함한 KB금융 제재 대상자들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한 바 있다. 이 점으로 미루어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에게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은 적지 않다.

KB금융이 KB카드를 분사하는 과정에서 당국의 승인 없이 은행 고객정보를 카드사에 이관해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다 주전산기 교체 문제, 도쿄 부실대출 문제 등 여러 문제가 끼어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키운다.

금융사 임원이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게 되면 임기는 보장되지만 그 후 3~5년 동안 다른 금융사의 임원으로 임명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동안의 전례로 미뤄보아 중징계는 사실상 사퇴권고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에게 중징계가 확정되면 양 수장이 모두 퇴진할 것으로 보여 KB금융 전반적으로 경영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사퇴 후 새 회장과 행장을 뽑게 되기까지는 최소 3개월이 예상된다. 수장 공백으로 인한 경영전략 수립 등에 어려움이 생겨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로 인한 신뢰도 추락은 쉽게 회복할 수 없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임 회장 중징계, 이 행장 경징계

둘 다 중징계를 받는 것보다는 좀 더 나은 시나리오라 할지라도 경영공백이 예상되는 만큼 이 경우에도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회장이 선임되면 KB금융의 경영전략도 변화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신임 회장 체제로 자리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임 회장의 징계건으로 인해 KB금융은 이미 임기가 만료된 KB투자증권과 생명, 자산운용, 부동산신탁, 신용정보 등 5개 계열사 대표를 새로 임명하지 못하고 있다. 임 회장이 중징계로 물러나게 되면 이들 자회사도 경영 공백 및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또한 신임 회장이 오더라도 사실상 KB금융그룹 내 2인자인 이 행장과의 관계 형성도 문제다. 이 행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KB금융 신임 회장이 은행까지 경영력을 발휘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 경징계, 이 행장 중징계

금융위와 금감원이 고객정보 유출 안건에 대해 이견을 보이는 만큼 임 회장이 중징계까지는 받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위는 KB금융의 사업계획서 미이행을 새로운 중징계 사유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금감원은 정보를 삭제해야 하는 것은 KB국민카드라며 임 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의 입장이 받아들여져 임 회장 징계 수위가 낮아져 자리를 보존하고 이 행장만 물러난다면 임 회장의 국민은행에 대한 경영권 행사는 커질 수 있다. 더 나아가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분리에 따른 문제 지적이 많아지고 있는 만큼 임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지주회장과 은행장을 겸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국민은행 노조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둘 다 경징계

그룹으로선 경영적인 측면에서 그나마 타격이 가장 덜한 경우다. 하지만 임 회장과 이 행장 간의 갈등의 깊어질 대로 깊어진 만큼 이를 수습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재 노조가 출근저지 및 퇴진운동에 나서는 등 금감원의 제재결과와 상관없이 임 회장과 이 회장의 동반 퇴진을 요구하고 있어 노조와의 갈등 가능성도 높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임 회장과 이 행장의 극적인 사과와 화해만이 유일한 방법일 것으로 보인다.

정은지 기자 bridge_lis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