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금융서비스…은행과 '친구'될 수 있을까?

정은지 기자
입력일 2014-08-11 14:55 수정일 2014-08-11 15:31 발행일 2014-08-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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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금업무만으로는 걱정 없어…영역 확대시엔 큰 위협
카카오

네이버가 이르면 이달 안에 그룹형 SNS ‘밴드’에 모바일 송금서비스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지난 10일 밝혔다. 국내 SNS 대표주자인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 모바일 금융서비스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밴드의 금융서비스도 앱에 기존계좌를 등록한 뒤 가상계좌로 송금해 충전하면 친구에게 송금이 가능한 기능으로 카카오가 출시 예정인 ‘뱅크월렛카카오’와 비슷한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IT업계가 적극적으로 모바일 금융서비스 진출에 나서는 이유는 게임 등 부가서비스 수익률 악화로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뱅킹 등 모바일기기를 통한 금융서비스 이용이 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수익원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은행의 조사결과 2013년 스마트폰 기반 모바일뱅킹 등록 고객 수는 2012년 말보다 55.2% 증가했다. 일평균 이용건수와 금액도 각각 66.7%, 47.0% 늘어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SNS를 기반으로 한 모바일 금융서비스 진출 시도가 이뤄지면서 금융권에서는 이 서비스가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금융업계는 SNS업체가 금융서비스업에 진출하더라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이 은행업에 진출해 은행 고유업무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은행과 연계한 서비스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소비자가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은행 수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IT업계는 일종의 플랫폼을 제공하고 중개수수료로 수익을 내는 것일 뿐 은행 고유업무를 빼앗는 것은 아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채널 다변화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 송금 한도, 시스템 상의 제약, 보안에 대한 낮은 신뢰도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도 은행이 SNS업체를 경쟁 상대로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SNS 금융서비스가 송금·결제 부문에만 머물지 않고 영역을 확대할 경우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IT업체들이 전자지갑 전용계좌를 통한 송금·결제뿐만 아니라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금융회사와도 제휴할 경우 금융상품 판매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SNS는 새로운 금융채널이 아닌 사실상 기존 금융회사의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고객 성향과 금융서비스 니즈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어 마케팅 측면에서 기존 금융사보다 유리할 것이란 예측도 내놓고 있다.

김종현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IT업체가 금융사와 고객의 중간 역할을 하는 면에서는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급결제뿐 아니라 금융상품 판매까지 손을 뻗게 된다면 고객과의 접점을 잃을 수도 있다는 면에서 금융사 입장에서 큰 위협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은지 기자 bridge_lisa@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