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일케어에 마스크팩…중년 그루밍족 "눈치 볼 것 없다"

이희승 기자
입력일 2014-08-05 17:16 수정일 2014-08-14 14:26 발행일 2014-08-0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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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50대 남성들 외모관리 열풍…"2030 전유물"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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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부터 40대 이상의 마음을 사로잡은 ‘맨 에어쿠션’.

 # 진동 클렌저와 포밍 훼이셜 워시, 아이 크림과 복합성 에센스. 평범해 보이는 세면대지만 뭔가 다르다. 화사한 색으로 출시되는 여성화장품 하고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블랙과 블루 계열의 포장이 눈에 띈다. 

한 문화재단의 이사로 재직중인 황모(52)씨는 매달 월급의 10만원 정도를 외모관리에 투자한다. 2030세대의 전유물로 여겼던 남성 그루밍족에 동참한 지는 3년째. 처음엔 “남자가 무슨 피부관리냐”며 정색하던 황씨는 일주일에 한번 팩을 하고, 쉐이빙 젤을 이용해 구레나룻을 정리한다. 꾸준한 관리덕분인지 나이보다 젊어보인다는 말에 용기를 얻어 다음달부터는 네일케어를 시작할 생각이다. 친구들은 겉으로는 놀리면서도 은근 ‘해볼까?’라는 눈치가 없지않다.

사회 활동이 무르익는 중년 남성들이 외모 가꾸기에 열 올리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발표한 국가별 남성 피부 관리 실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남성 한 명이 화장품 구매에 쓴 돈은 25달러(2만7000원)로 2위인 덴마크의 3배를 넘는다.

10년 연속 1위를 기록할 정도로 한국 그루밍족의 1인당 소비 규모는 매해 늘어나고 있다. 헬스 케어 브랜드 필립스 코리아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진동 클렌저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한 달 만에 여성 제품의 7배가 팔려나갔다.

중년 남성일수록 면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비누거품을 이용해 면도를 하는데 이럴수록 주름을 악화시키고, 상처로 인해 피부 결이 두꺼워지면서 점차 처지기 시작한다.

쉐이빙 폼, 젤, 크림 등 여러 종류의 제품들 중 자신의 수염의 굵기와 피부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면도 크림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수염이 굵고 거칠거나 건조한 피부를 가졌다면 부드러운 질감의 쉐이빙 크림을 선택하는 것이 좋으며, 그 반대라면 피부에 착 감기고 가벼운 느낌의 쉐이빙 폼이나 젤을 사용하면 된다.

아이오페 맨은 지난 2월 여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에어쿠션’을 남성용으로 출시했다. 일반 자외선차단 제품에 비해 3배나 잘 팔리고 일부 매장에서는 품절되는 현상을 겪고 있다.

아이오페 브랜드 매니저 송진아 팀장은 “무엇보다 색소 침착과 모공 트러블을 가리기 위한 중년 남성들의 반응이 남다르다. 노화의 주범인 자외선 차단제와 피부 톤 보정을 위한 비비크림의 필요성은 알지만 손으로 찍어 바르는데 위화감을 느꼈던 남성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고 밝혔다.

남성 화장품 전문 브랜드인 ‘랩 시리즈’ 관계자는 “30대에는 관심도 없다가 노화가 눈에 보이는 40대에 들어 갑자기 관리하는 남성들이 대부분”이라면서 “ 그럴수록 빠른 효과를 기대해 이것저것 제품을 바꾸는 사람이 많다.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는 제품을 찾아 꾸준히 바르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