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넘어 '힐링'가치 높아지는 패시브하우스

권성중 기자
입력일 2014-07-31 17:33 수정일 2014-09-11 18:37 발행일 2014-07-31 99면
인쇄아이콘
인천 청라지구 한라비발디 아파트의 노인정.

국내 패시브하우스 건축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이 곳은 독일의 ‘패시브하우스협회 인증 기준(연간 에너지사용 15KW/㎡ 이하)’을 국내 최초로 통과한 건축물이다.

이대용(70) 노인회장은 “여름엔 선풍기만 틀어도 시원하고 겨울에도 추운 줄 모른다”라며 노인정을 자랑했다.

노인정은 단열을 위해 건물 외부에 320㎜의 단열재를 넣었다. 현재 국토교통부의 ‘건축물 에너지절약 설계기준’ 상 외벽 단열재 두께가 120㎜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두께의 단열재를 시공한 셈이다.

대문은 방공호 철제문을 연상시킬 정도로 두껍다. 문짝 끝 부분은 패킹으로 마감돼 공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모든 창문은 3중 유리로 만들어졌고 창틀도 열손실이 거의 없도록 특수 제작된 제품이 사용됐다. 패시브하우스 인증을 받으려면 건물 전체가 밀폐 구조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건물의 밀폐도는 안팎의 기압차를 50㎩(파스칼)로 유지했을 때 한 시간에 몇 번 정도 전체 공기가 바뀌는지를 테스트하는 값(n50)으로 나타낸다.

독일의 패시브하우스 인증 기준은 이 값이 0.6 이하여야 한다. 일반 주택은 이 값이 10.0에 이른다. 창틀, 문틈, 갈라진 벽체 등 무수히 많은 틈새로 공기가 드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례의 노인정은 ‘0.3’에 불과하다.

◆ 냉·난방비 절감 효과 ‘톡톡’

같은 단지 비슷한 평형 가구의 2013년 1월의 난방비는 18~30만원이었지만 이 노인정의 1월 난방비는 7만2000원에 불과했다. 독립 건물은 공동주택보다 열손실이 많아 난방비가 더 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 노인정은 60∼76%의 난방비가 절감된 셈이다.

냉방비 또한 절감된다. 외부 차양 장치를 이용하여 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차단하고 일반주택보다 3배 더 두꺼운 유리창을 사용하기 때문에 외부의 열이 건물 안으로 쉽게 들어오지 못한다. 비슷한 평형 가구의 8월 냉방비는 평균 10만 원 이상이었지만 노인정의 같은 시기 냉방비는 1만2000원에 불과했다.

◆ 패시브하우스의 조건은?

일반주택과 패시브하우스의 차이점은 크게 다섯 가지다. 고단열·고기밀, 3중 유리 창호, 외부 차양장치, 열 회수 환기장치, 남향 등이다. 각각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아보자.

고단열·고기밀 단열성과 기밀성(외부공기를 차단하는 것)은 패시브하우스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건축 자재 또한 아직 독일산에 의존하고 있어 패시브하우스에 쓰이는 자재의 가격이 약 2배가량 비싸다. 
3중 유리 창호 창문 면적은 벽 면적의 1/10 밖에 되지 않지만 창문을 통해 전체 에너지 소모의 50%가 빠져나간다. 패시브하우스에서는 이러한 에너지 낭비를 막기 위해 가장 비싼 유리와 창틀을 사용한다. 가격은 일반주택 창호에 비해 3~4배 정도 비싸다.
외부 차양장치 외부에서 들어오는 햇볕을 차단해 주는 장치를 말한다. 창문 외부에 위치하고 주로 여름에 사용된다.
열 회수 환기장치 패시브하우스는 ‘고기밀 주택’이기 때문에 외부와 내부 공기가 완벽히 차단돼 있다. 내부 공기 질을 높이기 위해 별도의 기계적 장치가 필요하다.
남향 패시브하우스는 자체 태양열 발전을 통해 얻은 전기가 사용전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주택이 반드시 남향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 “패시브하우스 건축은 세계적인 트렌드”

한국패시브건축협회 조민구 이사는 패시브하우스 건축에 대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고민해야만 만족스러운 주거생활 영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조 이사에 따르면 현재 132㎡(40평) 주택 기준으로 일반주택 건축에 쓰이는 비용은 3.3㎡당 350~450만 원 선이다. 같은 면적의 패시브하우스 건축 비용은 3.3㎡당 550~650만 원이다. 면적이 작은 주택이라면 단가는 더욱 높아진다.

반면 패시브하우스의 본고장인 독일은 일반주택 건축 비용이 3.3㎡당 500만 원에 달한다. 조 이사는 “독일의 경우 일반주택에 사용되는 자재가 우리나라에 비해 고급형이기 때문에 평균 건축비가 높다”고 전했다. 패시브하우스 건축 비용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독일의 주택 수요자들은 기존 예산의 5~10%만 늘리면 패시브하우스를 지을 수 있다.

2014080101010000124
독일 패시브하우스연구소(PHI)에서 2012년 발표한 유럽 국가별 패시브하우스 건축 증가 추이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주택과 패시브하우스 건축 비용이 30~50% 차이가 나기 때문에 건축비를 이유로 패시브하우스 건축을 포기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패시브하우스를 짓는 주택수요자들은 경제적 효율의 가치보다 ‘힐링(Healing)’의 가치를 더 높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달리 해석하면 상대적으로 금전적 여유가 있는 수요자들이 패시브하우스를 건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패시브하우스 건축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세계적으로 친환경 주택 보급이 이뤄지고 있고 우리 정부 또한 저탄소배출 주택 건축을 적극 보조하고 있다”며 “앞으로 일반주택과 패시브하우스의 건축 비용의 차이가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 친환경 주택 증가세 ‘뚜렷’

유럽을 중심으로 친환경 주택 보급이 활성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지금까지 지어진 패시브하우스는 2014년 100여 채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년 증가폭이 조금씩 늘고 있어 패시브하우스가 주택수요자들에게 보급될 날이 머지않았다.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 연도별 실적
구분 2004~2006년 2007년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태양광 주택수 7,181호 7,317호 9,142호 1만4,895호 2만5,360호 3만1,043호 1만2,382호
지원금 709억9400만원 489억9700만원 489억4200만원 589억9600만원 599억9,700만원 499억9,800만원 437억9,500만원
태양열 주택수 150호 879호 3,648호 1,097호 5,404호 1,951호
지원금 14억5,900만원 116억3,000만원 300억900만원 136억원 150억500만원 122억5,400만원
지열 주택수 292호 1,428호 945호 983호
지원금 38억5,800만원 121억5,300만원 119억9,700만원 129억7,800만원
바이오 주택수 348호
지원금 9억3,800만원
소형풍력 주택수 10호 15호
지원금 1억7,900만원 2억3,600만원
연료전지 주택수 959호 292호 96호
지원금 99억8,400만원 119억9,100만원 36억800만원
합계 주택수 7,181호 7,467호 1만21호 1만9,193호 2만9,859호 3만7,684호 1만5,412호
지원금 709억9,400만원 504억5,600만원 605억7,200만원 939억9,100만원 950억5,400만원 889억9,100만원 727억700만원

- 에너지관리공단에서 2012년 발표한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 연도별 실적. 

우리 정부에서도 국토교통부와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지원하는 ‘그린홈 100만호 보급사업’을 통해 패시브하우스를 비롯한 친환경·에너지절약 주택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권성중 기자 goodmat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