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고개 숙인 이재용 부회장 "지난날 반성…준법 문화 뿌리내릴 것"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20-05-06 16:51 수정일 2020-06-14 15:41 발행일 2020-05-0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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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초동 사옥에서 경영권 승계와 노조 문제 등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6일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하게 뿌리내리도록 하겠다”며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후 3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 승계와 노조 와해 등 지금까지 있었던 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 3월 11일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반성을 담은 대국민 사과를 할 것을 그에게 권고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는 것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이 감염병 확산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힌 지 5년 만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인사말을 마친 뒤와 노사 문제에 대해 언급하기 전, 그리고 발표 마무리 시점 등 총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

이 부회장은 회사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그는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다.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더 이상 경영권 승계 관련 논란을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하며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전에 제 이후의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해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이 부회장은 “삼성의 노사 문화는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 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 3권을 확실히 보장할 것,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해 건전한 노사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이 끝나도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해서 운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 및 언론 등 외부의 질책과 조언은 열린 자세로 경청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삼성의 오늘은 과거에는 불가능해 보였던 미래다. 임직원 모두의 헌신과 노력이 있어 가능했다”며 “최근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서 진정한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절실히 느꼈다. 대한민국의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