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4대그룹의 전경련 재가입, 서둘 일이 아니다

박기태 기자
입력일 2023-07-25 06:58 수정일 2023-07-25 09:23 발행일 2023-07-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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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태 산업IT부 차장
박기태 산업IT부 차장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4대그룹(삼성·SK·현대자동차·LG)에 재가입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다음달 말 조직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꿔 새롭게 출발하니 다시 회원사로 들어와 달라는 내용이다.

전경련은 다음달 22일 열리는 총회에서 산하 연구조직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하고 명칭을 한경협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처리한다. 이날 신임 회장도 새로 뽑는다.

만약 4대그룹이 전경련의 제안을 수락한다면 6년여 만에 회원사 재가입이 이뤄지는 것이다. 앞서 4대그룹은 지난 2016년 전경련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자 차례로 회원사를 탈퇴했다.

문제는 전경련에 달라붙어 있는 ‘정경유착’이라는 꼬리표를 아직 완전히 떼어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 취임 이후 환골탈태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경련하면 정경유착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이는 전경련이 한경협으로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4대그룹이 전경련의 재가입 요청 공문을 받아 들고 고민에 빠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도 삼성의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경련 스스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일반적인 사고의 틀을 깬 기발한 생각)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낼 획기적인 쇄신안을 내놔야 4대그룹도 재가입 명분이 생긴다는 의미다. 그렇다. 지금 전경련에게 필요한 건 4대그룹 재가입 추진이 아니라 정경유착 고리를 끊어내는 모습이다. 김병준 회장 직무대행도 남은 임기 동안 이런 이미지 쌓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 ‘6개월 임기’에 묶여 자칫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기태 산업IT부 차장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