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중대재해법 위반 1·2호 판결, 논리에 결함 있다”

박기태 기자
입력일 2023-07-18 11:59 수정일 2023-07-18 16:34 발행일 2023-07-1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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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전문가 의견·현실 반영한 신중한 논리 전개 필요”
중대재해법
지난 4월6일 경기도 고양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중대재해법 위반(산업재해 치사)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회사 대표(가운데)가 선고를 받은 뒤 법정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연합)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 1·2호 판결에 논리적인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기 위해 무리하게 인과관계를 인정했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는 18일 송지용 변호사(법무법인 시안)의 ‘중대재해법 위반 1·2호 판결상 인과관계 및 죄수 판단의 문제점’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밝혔다.

송지용 변호사는 보고서에서 “중대재해법 상 안전보건 확보의무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고 조치의무 사이에 인과관계 인정이 어려움에도 법원이 중대재해법을 목적적으로 해석해 무리하게 인정했고, 죄수(범죄의 수) 판단 역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철강제조 공장에서 도급인(원청)으로부터 설비보수를 하도급 받은 수급인(하청) 소속 근로자가 1.2톤 무게의 방열판에 부딛혀 사망한 사고에 대해 지난해 1심 판결에서 △하청업체의 산업 재해 예방 능력을 원청이 점검하지 않은 점 △중량물취급 작성계획서가 작성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도급사업주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과 근로자 사망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송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위반과 산안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 사이에 인과관계를 법원이 무리하게 해석했다”고 지적했했다. 중대재해법상 의무인 ‘사업장 위험 요인 개선 의무’와 산안법상 의무인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 작성’의 인과관계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산지원의 상상적 경합 판단(하나의 행위에 2가지 이상의 죄를 적용, 가장 중한 죄로 처벌)에 대해서는 “중대재해법 위반과 산안법 위반 및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사이 죄수판단에 있어 각각의 법의 목적이 다르고 행위의 단일성이 없어 실제적 경합(각각의 행위에 개별적으로 죄를 적용)에 해당한다”고 짚었다.

형법상 복수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1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되는 ‘상상적 경합’과 각각 별개의 행위로 여러 개의 죄를 저지르는 ‘실체적 경합’ 등 2가지 경우가 있다. 마산지원은 이번 판결문 이유에 “위 두 죄의 구성요건을 이루는 주의의무는 내용 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기재했다.

송 변호사는 “법원이 사실상 행위의 동일성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입법 목적과 의무이행의 주체, 내용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행위의 단일성을 인정할 여지가 없어 실체적 경합으로 판단해야 하며, 중대재해법과 산안법의 위반 여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송 변호사는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을 적용하기로 돼 있는데, 논리적으로 논란이 많은 이 법을 중소 사업장에도 적용할 경우 산업계의 큰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률에 대한 해석권을 가지고 있는 법원이 중대재해법의 위헌 제청 신청에 대한 판단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반 시민과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 보다 신중한 논리 전개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