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 달 착륙 밑그림 그린다…‘민간 우주 개발’ 성큼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3-30 17:56 수정일 2022-03-30 18:09 발행일 2022-03-3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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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탐사 플랫폼 설계’ 우선 협상 대상자 선정
2029년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에 가장 먼저 적용될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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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아포피스(왼쪽)와 한국형 우주 탐사선 상상도 (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화시스템이 달 착륙과 소행성 탐사 등 우리나라 우주 탐사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린다.

한화시스템은 30일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우주 탐사 기준 플랫폼 시스템 설계’ 사업의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민간 기업이 정부 출연 연구 기관들과 함께 우주 개발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민간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성큼 다가섰다는 평가다.

한화시스템이 설계할 우주 탐사 플랫폼은 가장 먼저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 사업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일 이 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신청한 바 있다. 63 빌딩 높이의 약 1.5배인 370m의 아포피스는 7년 뒤인 오는 2029년 4월 지구의 약 3만1600km 상공을 통과할 예정이다. 이는 고도 3만6500km 에 떠 있는 천리안 위성보다도 5000km 가까운 수준이다. 300m가 넘는 소행성이 지구를 스쳐 지나가는 것은 수천 년, 길게는 2만 년에 한 번 있는 일이다.

태양계 초기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아포피스가 지구에 접근하면 중력의 영향을 받아 궤도 지름이 늘어나고 자전축이 틀어지는 등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포피스 탐사는 ‘국내 기술’로 만든 우주 탐사선을 ‘국내 발사체’로 쏘아 올려 아포피스의 변화를 관측, 촬영하는 것이 목표다. 아포피스 탐사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나라 우주 탐사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태양계 진화 역사를 규명하는 데 학술적으로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이에 앞서 한화시스템이 우주 탐사 플랫폼을 설계할 계획이다. 이 설계도는 추후 달 착륙 및 아포피스 탐사 프로젝트의 밑그림으로 폭넓게 쓰일 수 있다. 한화시스템이 총 체계를 담당하는 아래 ㈜한화의 고효율 추진 시스템 기술과 쎄트렉아이의 경량화 전장 시스템 기술도 활용될 방침이다. 한화 그룹의 우주 사업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의 기술력이 총동원되는 셈이다.

아포피스 탐사선이 2027년 10월에 발사되면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인 약 38만km의 220배가 넘는 약 8400만km까지 뻗어 나가게 되며, 초속 30km 이상인 아포피스 속도를 따라잡으면 그 때부터 약 10km의 거리를 두고 ‘동행 비행’을 하면서 행성의 변화를 관측할 예정이다. 국내 기술로 이렇게 멀리까지 빠른 속도로 우주 탐사선을 보내는 것은 처음이다.

민간과 정부가 밑그림 단계부터 힘을 모으는 우주 프로젝트는 여러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선 큰 그림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아포피스 탐사를 통해 확보한 탐사선 경량화 및 고효율 추진 시스템 등 핵심 기술이 2030년대 달 착륙 프로젝트 등에 활용되는 방식으로 우주 탐사 사업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이 과정에서 민간 참여 비중이 커지면서 자연스러운 기술 이전이 이뤄지고, 앞으로 민간 기업이 하나의 우주 프로젝트 전체를 견인할 수 있을 정도로 역량을 키울 수 있으리라는 설명이다. 즉, 이번 사업을 통해 우리나라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의 전환과 우주 기술 발전 모두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민규 기자 minq@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