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픽'] "180도 고꾸라진 고통에 몸부림"…'태종 이방원' 동물학대 논란

이종윤 기자
입력일 2022-01-20 15:12 수정일 2022-01-20 15:12 발행일 2022-01-2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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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중 동물학대가 발생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있다.

19일 동물자유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태종 이방원’ 7화에서 나온 낙마 신 중 출연한 말이 심각한 위해를 입었을 수 있다는 점에 큰 우려를 표한다”며 “촬영에 동원된 말의 현재 상태와 해당 장면이 담긴 원본 영상 공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연대 측이 제기한 문제의 장면은 극 중 이성계(김영철)가 고려 말기 정권을 장악한 후 사냥을 하러 나갔다가 낙마해 부상 입는 촬영 분이다.

이방원 동물학대
사진, 영상=동물자유연대

연대 측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낙마를 연기한 말은 앞발에 줄을 매달고 일정 거리를 달리다 팽팽해진 줄로 인해 180도 회전하며 고꾸라진다. 이와 함께 승마를 연기한 스턴트 배우도 충격에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고 인근 스태프들은 배우의 안위를 살폈다. 하지만 충격을 온 몸으로 받아 몸부림치는 말의 상태를 살피는 인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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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연대 측은 “방송 촬영에 이용되는 동물의 안전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연출은 동물에게 치명적인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다”며 “뿐만 아니라 동물의 예측 불가능한 반응으로 인해 액션을 담당하는 배우 역시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KBS 대하드라마 ‘용의 눈물’에서는 극 중 이방원(유동근)이 정적 관계인 신덕왕후(김영란)에게 마취만 한 살아있는 노루를 집어던진 장면이 방송됐다. 촬영 전 실제 노루를 쓰인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던 김영란은 촬영 이후 놀란 마음에 눈물을 쏟았다는 후문이다.

연대 측은 “2022년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촬영이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현행 동물보호법은 ‘도박-광고-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 금지 처벌하고 있다. 또 이같은 장면을 담은 영상을 촬영, 게시하는 것도 동물학대로서 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BS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의 윤리 강령을 살펴본 결과 동물에 대한 언급이 존재하지 않았다. 자연이나 야생동물을 촬영할 때 주의해야할 일반적인 사항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동물 배우’의 안전이나 복지에 대한 고려는 전무하다는 것”이라며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 성장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최근에는 동물이 등장해야 할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이나 더미 사용으로 대체 가능하다. 그러나 방송계에서는 여전히 실제 동물을 도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물권행동 카라 측도 “해당 장면을 면밀히 살펴보면, 말의 다리를 와이어로 묶어서 잡아당겼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며 “오직 사람들의 오락을 위해 말을 생명의 위험에 고의로 빠뜨리는 행위는 인간의 사소한 이익을 위해 동물을 해하는 전형적인 동물학대 행위”라고 규탄했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이번 문제에 대해 KBS 시청자권익센터를 통해 청원과 동의를 나타내고 있다. 한 시청자는 “방송기술이 좋아진 시대에 굳이 한 생명을 상처내는 것이 마땅한가. CG로 대체할 수 없었는지, 공영방송 수준에 실망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청자는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말들 모두 안 좋아 보인다. 낙마 신 말 상태를 정확히 알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일 오후 3시 기준 약 1만명 이상의 인원이 같은 내용 청원들에 동의를 표했다.

이 같은 비판 여론에 KBS 측은 “현재 관련 내용을 접하고 관련 내용을 제작진에 전달해 확인 중”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이종윤 기자 yaguba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