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MBC 떠나는 김태호PD “이제 ‘teofrommbc’”

조은별 기자
입력일 2022-01-17 22:47 수정일 2022-01-18 10:54 발행일 2022-01-17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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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PD
사진출처=김구산 MBC 예능 본부장 인스타그램
“이제 ‘teoinmbc’가 아니라 ‘teofrommbc’”  

17일, 20년간 몸담은 MBC를 떠나는 김태호PD가 SNS 계정변경을 알리며 사내 구성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김태호PD는 17일 사내 인트라넷 자유발언대에 “김태호입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20년간 집이었던 MBC를 오늘 부로 떠난다”며 “영화처럼 상자 하나 들고 멋있게 떠나고 싶었는데, 살림살이가 너무 많아서 1톤 트럭의 도움을 받았다”고 적었다.

지난 여름 퇴사 소식을 알렸던 그는 “많은 배려를 해주신 회사 덕분에, 그리고 제 프로그램 업무를 덜어준 후배들 덕분에 독립준비를 차곡차곡 할 수 있었다”며 “법인도 만들고 있고, 공유오피스 생활도 잘 적응하고, 테스트 촬영들도 진행했다”고 근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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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PD (사진제공=MBC)

그러면서 “SNS는‘teoinmbc’가 아니라 ‘teofrommbc’로 바꿨다”며 “‘teo’ 따로 쓰는데 어색함 없애기 전까지는 잠시 mbc 이름 빌리겠다”고 했다.

또 “‘MBC나가서 어디로 가느냐?’ 라는 질문을 받는데 어디론가 귀속되지 않고 홀로 서보려 한다”고 밝혔다. .

20년 회사 생활의 기억과 아쉬움도 토로했다. 김PD는 “백화점에서 바지를 살까말까 망설이다 MBC 합격전화에 카드 긁었던 일, 예능국으로 첫 배정받던 날 새벽출근해 자발적으로 회의실 테이블들 닦던 일, 시간외수당이 전사 1등이라고 창피당하고 화장실에 숨었던 일, 일요일에 편집을 하다 쓰러져 응급실 갔던 일 등 20년 희로애락이 스쳐 지나갔다”며 “아쉽게 같이 일해보지 못한 MBC 예능 본부 후배들과 식사를 하며 훌륭한 인재가 많음에 놀랐다. MBC 미래는 이들이 빛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마지막으로 김PD는 “MBC 임직원님들, 진행팀, 안전관리팀 청경님들, 청소이모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라며 “저도 앞으로 엄청 건강하고 무지 행복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이날 MBC 김구산 예능 본부장도 자신의 SNS에 김PD의 사진을 올리며 “나가서도 대박 나라”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2001년 1월 MBC에 입사한 김 PD는 인기 예능 ‘무한도전’을 13년간 만든 MBC의 대표적인 스타PD다. 2019년 ‘놀면뭐하니’를 히트시켰고 최근에는 지상파 PD 최초로 넷플릭스와 협업한 예능 ‘먹보와 털보’를 선보였다.

그는 퇴사 후 직접 차린 독립제작사에서 가수 이효리와 손잡은 예능 프로그램을 토종OTT 티빙에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다음은 김태호PD가 사내 인트라넷에 남긴 전문 김태호 입니다.

안녕하세요. 예능본부 김태호PD입니다.

20년간 집이었던 MBC를 오늘 부로 떠납니다.

내일부터는 방문증 끊어야 들어갈 수 있다니... 영화처럼 상자 하나 들고 멋있게 떠나고 싶었는데, 살림살이가 너무 많아서 오늘 1톤트럭 도움 받았습니다.

백화점에서 바지를 살까말까 망설이다 MBC 합격전화에 카드 긁었던 일...

예능국으로 첫 배정받던 날 새벽출근해 자발적으로 회의실 테이블들 닦던 일...

시간외수당이 전사 1등이라고 창피당하고 화장실에 숨었던 일...

일요일에 편집을 하다 쓰져져 응급실 갔던 일..

회사를 떠나는 순간 10년 20년 묶은 온갖 희노애락들이 스쳐 가는데 그래도 행복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지난 여름 이후 많은 배려를 해주신 회사 덕분에, 그리고 제 프로그램 업무를 덜어준 후배들 덕분에 독립준비를 차곡차곡 할 수 있었습니다. 법인도 만들고 있고, 공유오피스 생활도 잘 적응하고, 테스트 촬영들도 진행했습니다.

SNS는 teoinmbc가 아니라 teofrommbc로 바꿨습니다. teo 따로 쓰는데 어색함 없애기 전까지는 잠시 mbc 이름 빌리겠습니다. 괜찮겠죠? ㅎㅎ

“MBC 나가서 어디로 가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어딘가로 귀속되지 않고 당분간 홀로 서보려합니다.

최근에 아쉽게도 같이 일해보지 못했던 MBC 예능본부 여러 후배들과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간담회도 하면서 훌륭한 인재들이 많음에 놀랐습니다. MBC 미래는 이들이 빛낼 거 같습니다. 빛낼 기회만 만들어 주면 될 것 같습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MBC 임직원님들, 진행팀, 안전관리팀 청경님들, 청소이모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저도 앞으로 엄청 건강하고 무지 행복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