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따상은 외국인 손에 달렸다"

이은혜 기자
입력일 2021-09-16 10:44 수정일 2022-05-27 16:15 발행일 2021-09-17 9면
인쇄아이콘
213724_151543_1837
울산 현대중공업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하반기 ‘대어(大魚)’ 현대중공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다른 대어급 공모주들 사이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현대중공업은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모주 청약에서 흥행을 거두면서 이른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배에 설정된 뒤 상한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유통물량이 적다는 점도 상장 초기 주가 반등에 힘을 보태줄 전망이나, 해외 기관의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적은 만큼 외국인투자자들의 평가가 주가 향방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17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를 시작한다. 확정 공모가는 6만원으로 희망 공모가 범위의 상단에서 확정됐다. 공모가 기준 공모금액은 1조800억원, 시가총액은 5조3264억원이다.

17

전체 상장주식(8877만3116주) 중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은 9.6%인 853만8483주다. 최대주주인 한국조선해양 지분(7077만3116주), 우리사주조합 배정분(349만1997주),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596만9520주) 물량을 제외하고 남은 값이다. 다만, 해외 기관들이 배정받은 349만1300주 중 의무보유확약 물량이 1.2%에 불과한 4만1500주로 상장 첫 날 주가 급등 시 차익실현 매물로 대거 쏟아져 나오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상장을 앞두고 실시한 수요예측과 공모주 청약에서 흥행을 거두면서 거래 첫 날 주가 흐름은 긍정적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달 2~3일 실시한 현대중공업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836대 1로 올해 대어로 손꼽혔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1883대 1)에 이어 유가증권시장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이후 7~8일 실시한 공모주 청약에서 모인 증거금은 55조8891억원으로 코스피 역대 6위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은 IPO로 조달한 자금들 중 약 7600억원을 미래 비전 달성을 위한 초격차 기술 확보에 투자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는 친환경 선박 및 디지털 선박 기술 개발에 3100억원, 스마트 조선수 구축에 3200억원, 수소 인프라 분야에 1300억원씩 투자한다.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 2일 실시한 기자간담회에서 “현대중공업은 세계 1위 조선사업과 엔진사업을 바탕으로 글로벌 조선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할 것”이라며 “친환경 미래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다가올 50년 동안 조선업계 1위의 위상을 공고히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증권가의 반응도 대부분 긍정적이다. 대신증권 이동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상장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조선주 전반의 밸류에이션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다”고 밝혔다.

NH투자증권 최진명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공모가는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 0.9배로 글로벌 동종업계 평균(1.12배)보다 낮다”며 “글로벌 업계 1위 기업으로 LNG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선박엔진 등 핵심 기자재를 자체적으로 생산 및 판매한다는 점에서 경쟁사와 차별화된다”고 진단했다.

최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하반기를 기점으로 흑자전환이 예상되며 향후 5년간 수주 환경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라며 “오는 2023년부터 새로운 환경규제가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친환경 선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현대중공업이 해당 분야의 절대 강자라는 점에서 점유율의 확대에도 유리한 입자를 다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