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행복의 조건

손현석 명예기자
입력일 2021-04-23 08:28 수정일 2021-04-23 08:28 발행일 2021-04-2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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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진정한 가족의 의미
손현석기자
손현석 명예기자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다. 사람은 행복하기 위해서 공부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돈을 벌고, 행복하기 위해서 결혼을 하고, 행복하기 위해서 자녀를 낳는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행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지난 3월 20일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세계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전 세계 153개국 중 6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처음 발표한 2013년에 41위를 기록한 이후 2014년 47위, 2015년 55위, 2020년 61위에 이어 올해 한 계단 더 추락해 역대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왜 옛날보다 생활은 더 윤택해지고 있는데 행복지수는 거꾸로 낮아지는 걸까. 그것은 우리에게서 진정한 행복의 조건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가족 간에 우애 있게 살아가는 풍습이 있었다. 부모·자식·형제간에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고, 어려움이 있으면 서로 도와주며 살았다. 하지만 오늘날 그런 전통적인 가족 관계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오히려 가족이라도 자기 이익과 계산만 앞세우는 관계로 변질되고 말았다.

요즘 재산 때문에 부모와 자식을 학대하거나, 형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보도가 자주 나온다. 얼마 전 모 방송인이 30년 동안 자신의 매니저 역할을 해온 친형 부부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또 어떤 여가수는 평생 열심히 수고해서 번 돈을 어머니와 동생이 탕진한 것이 드러나 가족과 단절하며 살게 됐다. 이는 유명인들에게만 해당하는 일이 아니다. 일반인들도 재산 때문에 가족 간에 갈등과 불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아들은 아버지의 재산을 갈취하기 위해 연로한 자기 아버지를 부양한다는 명목으로 모시고 가서 가짜 서류로 아버지를 치매 환자로 만든 후 자기를 성년후견인으로 등록해 아버지 재산을 하나도 남김없이 해외로 빼돌린 경우가 있었다. 또 어떤 자식들은 아버지가 죽으면서 어머니에게 유일하게 남겨준 집 한 채를 팔아 형제끼리 재산을 나눠 갖기 위해 어머니를 살던 집에서 내쫓아 거처도 없이 방황하게 만든 일도 있었다. 만일 이런 사람들이 내 가족이라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진정한 가족은 어떤 고통과 영화도 함께 당하거나 누리며 사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라야 행복할 수 있다.

우리에게 슈퍼맨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유명배우 크리스토퍼 리브는 1995년 44세 때 승마 대회에 참석했다가 낙마해 전신이 마비되고 말았다. 자기 몸이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자 자살까지 생각했던 그는 수술받기 전 자기 아내에게 자기를 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그를 똑바로 보면서 “당신이 어떤 모습으로 변한다고 해도 당신은 여전히 나의 남편이고, 나는 그런 당신을 사랑합니다”고 말했다. 훗날 리브는 “아내의 그 말이 나를 포기하지 않고 살도록 해줬다”고 고백했다. 진정한 행복은 돈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 욕심 때문에 어린 자식마저 죽게 만드는 요즘 세태를 바라보면서, 다시 한번 우리나라 전통적인 가족 관계가 회복돼 모두가 행복해지는 날이 속히 돌아오기를 소망해 본다.

손현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