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어린이용 트로트가 필요하다

손현석 명예기자
입력일 2021-03-18 16:14 수정일 2021-03-18 16:15 발행일 2021-03-19 15면
인쇄아이콘
<시니어 칼럼>
손현석기자
손현석 명예기자

지난해부터 우리나라 전역에 갑자기 트로트 열풍이 불고 있다. 이로 인해 전성기가 지난 원로 트로트 가수들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고, 아이돌이 되려고 노력하던 청소년들도 트로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금까지 트로트는 나이 든 사람의 전유물로 여겨져 젊은 층으로부터 소외당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관심을 두고 즐겁게 따라 부르는 노래가 된 것이다.

우리 민족의 한과 정서를 담은 전통가요인 트로트가 온 세대를 아우르는 노래가 된 것은 한국가요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상당히 고무적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트로트의 국제화를 이뤄 프랑스의 샹송이나 이탈리아의 칸초네 못지않은 새로운 장르의 한류 붐을 일으켜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하지만 깊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다른 경연과는 달리 트로트는 유난히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이가 열 살도 안 된 어린이가 경연에 나와 청승맞은 사랑 타령을 하거나, 이별의 아픔을 표현하며 눈물짓는 모습이 과연 정상적일까. 또 그것을 들으며 잘한다고 손뼉 치는 어른들의 처신이 올바른 것일까. 이건 트로트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분명히 짚어봐야 한다. 왜 작곡가들이 굳이 동요라는 장르를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부르게 하는가. 동요는 어린이의 생활 감정이나 심리를 표현한 정형시를 노래로 만든 것이다. 어린이들은 동요를 부르면서 정서순화를 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반면에 트로트는 성인들의 감정을 담아 부르는 노래이므로 때로는 청승맞게, 때로는 애처롭게 불러야 한다. 이런 노래를 자기감정 표현이 서투른 어린이들이 막연히 따라 부른다면 어린이들의 정서순화에 장애가 될 수 있다.

만일 어린이들에게 트로트를 부르게 하려면 어린이용 트로트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귀여운 외모로 인기를 끈 홍잠언이라는 어린이가 ‘나는 바로 홍잠언이다’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 노래는 트로트지만 어린이의 감성에 맞고, 가사에 담겨 있는 의미 또한 어린이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 트로트를 부르게 하려면 이런 동요 같은 트로트를 만들어야 한다. 아니면 철저하게 나이 제한을 두고 방송에 출연시켜야 한다. 그것이 어린이들의 장래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볼 때, 모처럼 찾아온 트로트 붐을 후세에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손현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