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올바른 직업윤리는 감동을 준다

이무선 명예기자
입력일 2021-03-04 15:23 수정일 2021-03-04 15:24 발행일 2021-03-05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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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철저한 직업 윤리
이무선 기자
이무선 명예기자

체슬리 설렌버거 일명 캡틴 ‘설리’는 42년 비행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조종사였다. 이 사람이 기적을 이루어냈다. 두 엔진을 모두 잃고도 희생자 단 한명도 없이 완벽한 수상 비상착륙을 해냈다. 2009년 1월 15일 뉴욕에서 있었던 일이다.

유에스에어웨이 1549편이 뉴욕의 국내선 전용 공항인 라구어디아 공항에서 뉴욕의 존 에프 케네디 공항을 비행하기 위하여 이륙한 직후 새떼에 부딪쳐 두 엔진 전부 동력을 잃었지만 허드슨 강에 무사히 비상착륙 했다.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혹한에 일부 승객이 강물에 빠졌지만 전원 무사히 구조되었다. 승무원과 승객을 포함해 총 155명이 무사히 생환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을 맡고 톰 행크스가 열연한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은 이렇게 감동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직업윤리란 무엇인가.

미국 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설리 기장이 잘못 판단했을 가능성을 집요하게 파고 든다. 설리에게는 승객을 안전하게 모실 의무가 있었고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완수했다.

직업윤리의 영웅이다. 반면 미국 연방 교통안전위원회는 사고 원인과 전개 과정을 정확히 조사할 의무가 있다. 언론이 설리를 영웅으로 떠 받들고 있다고 해서 그를 검증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승객 전원을 무사히 구해낸 설리 기장은 NTSB앞에서 자신의 명예와 경력을 지켜야 한다. 두 직업윤리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항공기의 기장이나 여객선의 선장은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면 먼저 승객들을 무사히 구하고 마지막으로 항공기나 선박에서 탈출하는 게 불문율이다. 설리는 이 직업윤리를 철저하게 지켰다. 타이타닉호가 대서양 빙하에 부딪쳐 침몰할 때도 선장은 이 직업윤리를 내팽겨치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과거 서해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직업윤리를 확고히 새기고 있다면 선장은 모든 승객을 무사히 구출하고 마지막으로 선박에서 탈출해야 마땅한 것이다. 가장 아쉬웠던 점이다. 시간과 장소를 바꾸어도 직업윤리의 숭고한 가치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무선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