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 정월대보름과 세시풍습

정운일 명예기자
입력일 2021-02-25 15:57 수정일 2021-02-25 16:07 발행일 2021-02-26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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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
정운일기자
정운일 명예기자

정월 대보름이 돌아오면 88올림픽 식전 행사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던 고싸움놀이가 생각난다. 그 놀이가 바로 정월대보름에 하는 놀이다.

대보름달이라고 해서 달이 가장 크고 밝다고 하지만, 과학적으로 4월 보름달이 지구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 가장 크고 밝다고 한다.

정월 대보름은 설, 추석과 함께 큰 명절로 달맞이, 쥐불놀이, 지신밟기, 고싸움, 윷놀이, 줄다리기, 동제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하고 오곡밥, 진채식, 부럼, 귀밝이술 등을 먹으며 하루를 즐겁게 보낸다. 집안 대청소를 하고 마당을 쓸어 싸리문 밖에서 태우면 액이 물러간다고 한다. 저녁을 일찍 먹고 달맞이와 쥐불놀이를 하러 간다.

농경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쌀, 보리, 조, 콩, 기장 등을 오곡이라 한다. 오곡은 영양이 풍부해 밥을 지어 먹으면 장수한다는 속설이 전해온다. 다른 성을 가진 세 집 이상의 밥을 먹어야 행운이 온다하여 자연스럽게 나눠먹는 풍습이 생겼다. 필자는 어린 시절 세 집 밥을 먹으려고 바가지를 들고 밥을 얻어오던 기억도 있다.

진채식은 묵은 나물로 반찬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요즈음은 비닐하우스가 있어 겨울에 채소를 먹을 수 있지만 당시에는 겨울에 채소를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제철에 나는 호박, 시래기, 고사리, 가지 등을 말려 묵은 나물로 만들어 먹었다. 말린 나물은 제철 채소보다 영양소가 풍부해 아홉가지 이상 만들어 먹으면 한 해 동안 건강하게 지낸다고 전해온다.

아침에 부럼을 깨면 영양이 보충되어 1년 동안 종기나 부스럼 없이 지낸다고 한다. 이가 약한 어른들은 엿이나 무를 깨물기도 했다. 당시에는 영양실조로 머리에 도장병 흉터가 많고, 온 몸에 종기가 생겨 ‘이명래고약’을 붙이고 다니는 사람이 많았다.

달집태우기는 주민들이 모여 생솔가지, 대나무, 볏짚으로 달집을 만든다. 달이 들어가는 문을 만들고 새끼줄에 소원을 써서 매단다. 달이 떠오르면 풍물을 치고 불을 지르면 사람들은 머리 숙여 소원을 빈다. 고싸움놀이는 농경사회에서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로 마을사람들이 모여 고와 동채를 만들고 새끼로 고풍스럽게 감는다.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나누어 싸움터로 가지전에 마을 앞에서 고사를 지내고, 줄패장(대장)의 지휘에 따라 상대방의 고가 땅에 닿으면 지게 된다. 승리한 쪽에서는 영차, 영차하며 함성이 하늘을 찌르고, 패한 쪽에서는 억울하다고 짚신을 벗어 땅을 치며 통곡하면 관객들은 박수치며 즐거워했다. 설날부터 시작되는 세시 민속놀이는 대보름날이 되면 농사일을 위해 놀이가 종료된다. 대보름 놀이는 농사가 중심이 되어 풍농에 대한 기원과 감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세시풍속도 사라지니 마음 한 구석이 아련하다.

정운일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