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기 진화보다 자화자찬 바쁜 정부

김상우 기자
입력일 2020-09-14 14:17 수정일 2021-06-12 02:52 발행일 2020-09-15 3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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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산업IT부 차장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자화자찬’의 진수를 보여줬다.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은 매우 투명하고, 단 한 명의 환자도 포기하지 않았으며, 중국 공산당의 철두철미한 시스템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는 자의식이다. 코로나19 발원국으로 전 세계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은 상황의 책임감은 찾기 어렵다. 심리학적으로 이러한 특성을 가진 이를 우리는 ‘나르시시스트’라 부른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가 항공사들의 공항 사용료와 임대료 감면 등을 담은 추가 지원책을 발표했다. 항공 업계가 초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해외 각국이 항공 업계 살리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강 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에 느지막이 지원책을 발표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국토부 발표 자료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지금까지 어떠한 지원을 해왔고, 또 어떠한 성과를 거뒀는지 자화자찬에 할애한 것이다. 지원책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 자기 칭찬이 우선인 것을 보니 씁쓸함이 절로 묻어났다. 항공사마다 비명을 지르는 와중에 이러한 자화자찬은 정부 당국의 심리 상태를 쉬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으로 읽힌다.

항공 산업은 국가기간산업으로 일컬어진다. 단순히 산업의 한 분야로 국한하지 않고 금융과 그 나라의 외교, 정치적 역량까지 긴밀하게 이어진 산업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국가마다 항공사 파산을 결사적으로 막고, 항공사 인가에 꼼꼼함을 더하는 까닭은 이러한 이유에 근거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불발과 이스타항공 구조조정 등 앞으로 정부가 손을 써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금은 자화자찬할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항공 업계의 산적한 숙제를 풀기 위해 진정성을 갖고 접근하길 바랄 뿐이다.

김상우 산업IT부 차장 ksw@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