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단 미국 편에 선 韓 반도체

박종준 기자
입력일 2020-09-09 14:05 수정일 2021-06-12 02:50 발행일 2020-09-1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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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준 산업IT부 차장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의 주요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조치다.

이 지점에서 ‘시장이 불안할 때는 한꺼번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나누어 투자하라’는 주식 시장의 격언이 떠오른다. 위험 요소가 있다면 투자 타이밍을 살펴보고 기간을 두고 금액을 나누어 투자해야 한다는 말이다. 화웨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기술 패권 전쟁이 첨예한 상황에서 삼성과 SK가 한 번쯤은 되새겨 봄 직하다.

일단, 전 세계에서 미국의 기술·장비를 쓰지 않는 반도체 기업은 사실상 전무하다. 따라서 화웨이와 더 이상 거래를 이어가기 어려운 현실에 비춰볼 때, 삼성과 SK의 결정은 어쩔 수 없는 일로 보인다. 양국 간 갈등이 최고조로 악화한 상황인 데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관련 산업 및 시장 내 힘의 균형추가 미국 쪽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조치로 삼성과 SK의 실적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양사의 화웨이 매출은 연간 10조원 안팎으로, 일정 부분의 피해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번 결정이 자충수가 안 되려면 다음 수도 염두에 둬야 한다. 삼성과 SK의 다음 스텝은 포트폴리오 다양화로 연결되어야 한다.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이 연평균 20% 이상 급성장 중인 가운데,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여파에도 지난 7월 강력한 반도체 산업 지원정책을 내놓으며 반도체 굴기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중국과 등지는 결정을 했더라도 척(隻)을 질 필요는 없다.

수출과 외국인 투자 등 우리 경제에서 중국 의존도가 심화하는 현실은 엄존하다. 이번 결정을 기점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현명한 판단을 통한 대비 전략을 세워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반도체 주도권을 이어 나가야 할 것이다.

박종준 산업IT부 차장 jjp@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