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 또 다른 '재벌저격수' 등판? 재계 '김상조-조성욱' 투톱에 바짝 긴장

박종준 기자,홍예신 기자
입력일 2019-08-11 17:13 수정일 2020-03-17 21:12 발행일 2019-08-12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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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조성욱 공정위장 후보자, 최기영 과기부 장관 후보자, 은성수 금융위장 후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법무부 등 8개의 장관급 직위를 교체하는 개각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기용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 사이에선 조성욱 후보자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사령탑으로 오른 것을 기점으로 기업구조 개선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재벌개혁이 가속도를 낼 것이라고 보고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재계 안팎에선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전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조 후보자가 공정위 수장에 발탁되면서 정부의 재벌개혁이 규제강화 중심으로 추진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조 후보자가 지난 2012년 공정경쟁연합회의 ‘경제저널’에 발표한 ‘대규모 기업집단 정책의 새로운 모색’ 등의 논문에서 대기업집단에 대한 엄격한 법 집행을 주장했다는 점을 들어 그를 또 다른 ‘재벌 저격수’로 보고 있다.

재벌개혁에 뜻을 두었던 두 진보학자가 나란히 청와대의 정책총괄 수장과 경제검찰인 기업 조사당국 수장을 맡게 되면서 대기업 지배 구조 개혁이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특히 문 대통령이 취임 전후부터 “재벌 가운데 10대 재벌,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들 기업은 적잖이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때문에 이번 인사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채 숨죽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조성욱 후보자 인선은 지난 번 ‘장하성-김상조’ 라인의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며 “현재 기업들이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큰 어려움에 처한 만큼 단기적인 기업 사정이나 개혁보단 규제 등 관련 중장기적 개혁의 로드맵을 제시해주길 주문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2012년 탈원전을 지지하는 교수 1054명이 서명한 ‘탈핵 선언’과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서울대 교수 시국성명’과 2016년 ‘헌정유린 사태를 염려하는 서울대 교수 시국선언’ 등에 참여한 전력 등을 근거로 현 정부와 코드가 맞아떨어지는 인사로 분류하고 있다. 때문에 기업들 사이에선 최기영 후보자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전문가라는 점에서 일본의 반도체 소재 관련 경제도발에 대응할 적임자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일단 평가는 유보한 상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기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국내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인 만큼 현재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IT 소재 및 부품 관련 연구개발(R&D) 등을 적극 지원하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대해선 일본 수출규제 및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에 따른 기업 지원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조선업 구조조정 등 산적한 과제를 잘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국제금융통인 은 후보자가 하루빨리 금융·외환시장 불안감을 잠재워 시장 안정을 되찾아 달라는 주문이다. 은산 분리 원칙 속에서 인터넷 뱅킹신규 승인 등 금융규제 샌드박스 등 혁신금융서비스, 핀테크(금융+첨단기술), 금융 데이터 규제완화 등을 통해 실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게 금융 및 산업계의 바람이다.

은 후보자는 지난 9일 내정소감으로 “혁신에 방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편 금융위 관계자는 “은 후보자는 정책 경험이 워낙 풍부해 기본적인 금융위 업무를 다 파악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청문회까지 남은 기간 세부 사항을 챙겨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종준·홍예신 기자 yea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