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이드 인 코리아'가 살 길

채현주 기자
입력일 2019-07-24 14:02 수정일 2019-07-24 14:03 발행일 2019-07-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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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현주 금융증권부 차장

우리나라 수출품은 볼륨 존(Volume Zone)을 노린다. 이 지역은 ‘대중소비시장’이다. 중저가 물량 공세가 가능하다. 소량생산 또는 핸드메이드의 하이엔드 제품이 아니다. 때문에 우리는 기술개발보다 기존 제품을 팔기 위한 새로운 소비시장 개척에 매진했다.

한때는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요즘 우리 경제 지표는 0과 1로 나뉘고 있다. 물가상승률 0%대, 경제성장률 1%대. 2나 3보다 와 닿는 느낌이 다르다. 때로는 무겁다. 최근 들어 이렇게 낮은 적은 없었다.

성장률 하락은 단지 숫자가 작아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기업의 투자와 생산이 감소해서 고용을 축소한 결과, 소득이 줄어든 가계가 지갑을 닫았다. 사람들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것만 산다. 물가는 더 떨어진다.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하강곡선이 반등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불어닥친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는 한국과 일본의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일본을 극복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한국이 만든 기존 물건을 새로 팔 곳은 보이지 않는다. 국내 시장은 좁다. 경제대국은 보호무역으로 국경을 감싸고 있다. 이들도 수요가 부족한 탓에, 남의 나라 물건을 살 여력이 없다. 사더라도 반대급부를 요구한다. 수출마저 흔들리고 있다.

우리만 만들 수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절실하다. 아사히맥주보다 맛있고, 유니클로보다 질 좋고 값싼, 더 빠르고 더 많이 저장하는 반도체, 그 누구도 우리 기술을 넘보지 못하는 제품이어야 한다. 또 그 안에 스토리를 심어야 한다. 그리스 신전, 기둥뿐이다. 그런데 수만명이 이 곳을 찾는다. 해외 명품은 불티나게 팔린다. 우리는 제품을 사는 게 아니라 브랜드와 장인정신을 사기 때문이다.

채현주 금융증권부 차장 183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