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日 수출규제' 靑, 中企부터 다독여야

정길준 기자
입력일 2019-07-11 14:30 수정일 2019-07-11 14:31 발행일 2019-07-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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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준 산업IT부 기자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일본의 대(對)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가 사실상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다.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정부와 달리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정신이 없다. 대통령과의 간담회 참석도 포기하고 일본에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모습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일 청와대는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모아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소재·장비 국산화에 힘써줄 것을 당부했다.

그런데 여기서 의구심이 든다. 과연 대기업들은 국내 소재·장비 생태계 육성에 손놓고 있었을까.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스템 반도체 개발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각각 133조원, 12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미래기술육성사업 등 수년에 걸친 신기술·신제품 개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새로운 도전에 선뜻 나서는 유망 중소기업들이 등장하지 않으면 성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내세우며 수입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자 포항시가 국내 중소 철강업체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3000억원 규모의 R&D 지원사업을 추진했던 적이 있다. 당시 사업을 기획했던 관계자는 “중소 협력사들이 포스코 등 대기업들로부터 낙수효과만을 기대하고 있다. 젊은 CEO들의 혁신 DNA가 절실하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페인드 도료로 사업을 시작한 일본의 중소기업 TOK는 현재 EUV(극자외선) 등 모든 종류의 반도체 제작용 포토레지스트(감광제)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공급 비중의 24%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으며, 현재 글로벌 반도체 회사와 협업해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청와대가 소집했어야 할 대상은 대기업이 아니라 실패가 두려워 망설이는 혁신 중소기업이 아니었을까.

정길준 산업IT부 기자 alf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