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쿠팡, '파트너'에게 귀 기울여야

유승호 기자
입력일 2019-07-08 14:22 수정일 2019-07-08 17:01 발행일 2019-07-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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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지난 4월 쿠팡이츠 배달 라이더 모집에 신청한 적이 있다. 쿠팡이츠 시범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서다. 쿠팡은 라이더 등록절차를 이유로 면허증·통장사본을 받아갔다. 배달 희망 일자도 조사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생생한 쿠팡이츠 라이더 체험기를 쓸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이 희망은 곧 깨졌다. 쿠팡은 배정된 스케줄이 연기됐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연기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추후 연락을 주겠다는 쿠팡은 이후 답이 없었다. 면허증·통장사본만 가져간 채.

3개월이나 지난 얘기를 꺼낸 이유는 쿠팡이 파트너에게 이른바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연이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쿠팡은 모든 주문 취소의 귀책사유를 입점 파트너인 판매자에게 귀속시켰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쿠팡이 소비자의 단순 변심, 결제방식 변경 등으로 인한 주문 취소의 책임을 모두 판매자에게 지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LG생활건강, 위메프, 배달의민족은 쿠팡이 대규모유통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취재를 위해 만났던 파트너들은 이번 사례를 두고 하나 같이 “터질 게 터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쿠팡이 실적만 바라보고 파트너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는 직매입 상품 매출이 90%에 달하는 쿠팡 사업 특성상 파트너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한 유통 관계자의 말과 맞닿아 있다.

다시 3개월 전 얘기로 돌아가자. 쿠팡에 직접 전화해 쿠팡이츠 라이더 접수 상황에 대해 물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이 내선번호 어떻게 아셨어요?”란 되물음이었다. 내 사례와 동일한 경험을 한 라이더들이 꽤 많다는 얘길 들었다. 파트너와 소통이 없다면 ‘터질 게 터진 것’이란 냉소적인 목소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pete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