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주도권 뺏길라'…美시장 날선 견제에 출시 접힌 삼성 '갤럭시 폴드'

지봉철 기자
입력일 2019-04-23 11:19 수정일 2019-04-23 11:22 발행일 2019-04-2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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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C에 전시된 갤럭시 폴드
MWC에 전시된 갤럭시 폴드 (연합)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의 출시를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 리뷰어들 사이에 화면 결함 논란이 잇따르자 예정된 출시일을 늦춘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이 같은 조치를 놓고 국내에서는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는 등 논쟁 조짐이 일고 있다.

23일 삼성전자는 자사 뉴스룸 홈페이지를 통해 “갤럭시 폴드 리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를 점검하고 내부 테스트를 추가로 진행하기 위해 갤럭시 폴드의 출시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수주 내로 출시 일정을 다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로 예정됐던 갤럭시 폴드의 미국 출시는 물론 5월 3일 유럽, 5월 중순 국내로 예정됐던 출시 일정이 순차적으로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짧게는 수 주에서 길게는 1∼2개월 출시가 연기될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미국 매체들은 리뷰를 위해 삼성전자에서 받은 갤럭시 폴드 제품이 사용 1∼2일 만에 스크린 결함과 다른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화면 보호막을 벗기자마자 화면 작동이 완전히 멈췄다거나, 화면 보호막을 벗기지 않았는데도 화면이 깜빡거리는 등 현상을 겪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문제) 발생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디스플레이 손상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며 “고객들이 갤럭시 폴드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화면 보호막을 포함한 디스플레이 사용법과 주의사항 안내를 강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논란이 폼펙터(제품 형태) 혁신 경쟁에서 한 발 뒤처진 미국 언론의 견제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갤럭시 폴드의 리뷰를 거부하고 이를 비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는 색종이를 접으며 “폴더를 접느니 종이접기를 하겠다”고 하거나, 갤럭시 폴드를 반으로 접힌 소시지빵과 비교하며 조롱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기기 결함 논란과는 별개로 WSJ이 지나치게 비꼬는 태도를 보인 것 아니냐는 평이 나오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역시 전날 갤럭시 폴드의 결함 논란에 대해 “삼성전자가 (미국에서) 견제를 당하고 있는 것 같다”며 “견제를 당하면서도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찬반 의견이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5G 서비스만큼은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미국이 이 분야에서 매우 공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갤럭시 폴드 논란도 큰 틀에서는 같은 맥락으로 봐야한다”고 반발했다. 네이버 댓글에서는 “현재의 제품 완성도는 안타깝지만, 국내 업체가 새로운 모바일폰 시장을 이끌어갈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같이 응원해 주는게 맞지 않을까?”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또 다른 네티즌들은 “옳은 선택이라고 본다. 불완전한 제품 내놓고 마케팅으로 덮으려는 것보단 나은 선택”이라며 반박했다. 폴더블폰은 삼성전자의 역량을 글로벌에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인만큼 완성도 높은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는 요구다.

지봉철 기자 janus@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