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양호 열정엔 '바다'도 있었다

전혜인 기자
입력일 2019-04-10 15:00 수정일 2019-04-16 17:22 발행일 2019-04-11 23면
인쇄아이콘
전혜인기자수첩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재계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45년 경영 인생을 항공을 비롯한 육·해·공 물류업 발전에 쏟아온 조 회장이지만 그의 경영사는 유난히 부침이 심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움으로 남은 것이 있다면 지난 2017년 한진해운을 끝내 살리지 못하고 파산을 맞게 된 일일 것이다.

지난 1977년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이 설립한 한진해운은 조중훈 회장의 사망 이후 삼남인 고 조수호 회장이 맡았다. 그러나 조수호 회장조차도 2006년 세상을 떠나고 그 이후 닥친 심각한 글로벌 불황의 여파로 한진해운의 경영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었다.

한진해운이 2011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자 조양호 회장은 2013년부터 구원투수로 나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했으며, 2014년에는 한진해운 회장으로 직접 나섰다. 회사가 흔들리던 2016년에는 자율협약 신청 이후 사재도 출연했지만, 이 같은 노력들이 채권단에 인정받지 못하며 결국 한진해운은 2016년 법정관리에 이어 2017년 청산됐다.

한진해운의 파산 이후 국내 해운업계는 더욱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국내 유일 원양선사로 남은 현대상선은 가장 큰 라이벌이었던 한진해운의 물량을 흡수하는데 실패하며 글로벌 경쟁에서 뒤떨어졌다. 한진해운의 일부 노선을 인수하며 출범한 SM상선 역시 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직 영업 정상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해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해운업 지원을 담당하는 전문기관인 해양진흥공사를 설립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미흡하다. 타 업종 대비 호흡이 긴 해운업 특성상 지원에 있어서도 보다 긴 안목으로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고난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해운업계가 버텨낼 수 있도록 격려와 지원이 필요한 시기다.

전혜인 산업IT부 기자 hy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