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전자 엉성한 '국민株 신고식'

백유진 기자
입력일 2019-03-31 14:50 수정일 2019-03-31 14:52 발행일 2019-04-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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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진
백유진 산업IT부 기자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마무리됐다. 특히 올해 삼성전자 주주총회는 액면분할 후 처음 열리는 주총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앞서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이후 ‘국민주’로 떠오르며 소액 주주의 수가 5배가량 증가하자, 주총 날짜를 넷째주 금요일에서 수요일로 옮겼다. ‘슈퍼주총데이’를 피해 주주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겠다는 계산이었다. 주총 좌석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린 800석을 마련하는 등 나름대로 만반의 준비를 하는 뉘앙스도 풍겼다.

그러나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지난 20일 주총장에는 생각보다 많은 소액주주들이 몰려 주총장에 입장하지 못한 이들이 태반이었다. 덕분에 주총이 열린 서초동 삼성전자빌딩을 둘러쌀 정도로 줄이 늘어섰다. 하필이면 이날은 미세먼지가 심해 주주들은 “미세먼지도 많은데 밖에서 줄을 세워놓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은 문제점이 지적되자 삼성전자는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국민주 변모 후 주주의 폭발적 증가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삼성전자의 다소 굴욕적인 처사다.

주총 진행 방식 또한 일방적이었다. 이날 일부 주주는 주총 전부터 논란이 됐던 사외이사의 자격 논란을 지적했으나, 사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고수할 뿐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안건 승인 역시 주주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도록 ‘박수’를 통해 진행됐다.

전자투표의 필요성이 커질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기업들은 온라인상에서 회사 현안에 대한 논의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전자투표제를 반대하고 있지만, 주주들의 곧은 목소리가 묵살되는 오프라인 현장을 보고 있자니 도입 필요성이 절실히 와닿았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얼렁뚱땅’ 주총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백유진 산업IT부 기자 byj@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