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회용컵 금지' 전형적 보여주기 정책

유승호 기자
입력일 2018-06-07 15:21 수정일 2018-06-07 15:23 발행일 2018-06-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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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매장 내 머그컵 개수도 부족하고 고객이 플라스틱 컵으로 달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줄 수밖에 없어요.”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정책을 두고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직원은 이렇게 토로했다.

지난 1일부터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 단속이 본격 시행됐지만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머그컵 개수 부족과 도난 우려, 업무 효율, 인력난 등을 이유로 내세우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표했다.

또 개인 카페는 그대로 두고 주요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에게만 일회용 컵 사용 금지를 촉구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자원재활용법 10조에 따르면 연면적 33㎡(약 10평) 이상의 매장은 모두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이 안 된다.

이 때문에 서울 광진구의 한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은 아이스 음료를 주문한 손님에게 플라스틱 컵 대신 종이컵에 담아주기도 했다.

커피전문점 매장 내에서 일회용 컵 사용 금지 정책은 1994년 시행됐지만 그동안 유명무실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재활용품 수거와 처리 문제가 떠오르자 정부는 부랴부랴 주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과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고 단속 강화에 나섰다.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회용 컵 사용 단속만 할 것이 아니라 일회용 컵을 줄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커피 전문점 등 관련 업계의 최근 현실이 약 20년 전에 만들어진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

유승호 생활경제부 기자 peter@viva100.com